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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늘리고 달러는 외면”…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 다변화 가속
국제

“금은 늘리고 달러는 외면”…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 다변화 가속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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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25일, 공식 통화 및 금융 기관 포럼(OMFIF)이 세계 75개 중앙은행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3곳 중 1곳이 향후 1~2년 내 금 보유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혀, 글로벌 외환보유 정책이 급격히 다변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USA)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면서, 유로(Euro), 위안(Yuan), 금(Gold) 등 대체 자산의 선호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공식 통화 및 금융 기관 포럼은 2024년 3~5월 진행한 설문에서 중앙은행의 30%가 단기적으로 금 보유를 늘리겠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최근 5년 사이 최고치에 해당하는 수치로, 장기 전망 역시 40%가 10년 내 금 비중 확대를 예고했다. 실제 지난해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은 1,000톤을 넘어 장기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 확대…달러 선호도 7위로 하락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 확대…달러 선호도 7위로 하락

이에 반해 달러는 외환보유 확대 대상 순위가 7위로 밀려났다. 향후 1~2년간 달러 보유를 늘리겠다는 중앙은행은 5%에 불과했다. 또한 달러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위험으로 미국의 정치 환경을 지적한 응답이 70%에 달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달러 회피 성향에 힘입어 유로와 위안 선호도는 뚜렷해졌다. 유로 보유 확대 계획은 응답자 중 16%로 1위, 위안 비중 확대는 14%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유로 확대 응답은 전년 대비 두 배를 넘었다. 향후 10년 내 위안 보유를 늘리겠다는 비율은 30%에 도달했고, 글로벌 외환보유액 내 위안 비중 역시 현재(2%)의 세 배인 6%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 발표가 유로의 전망을 대폭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UBS 자산운용 맥스 카스텔리 전략 책임자는 “달러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제기됐다”고 언급했다.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유로의 글로벌 준비자산 비중이 확실히 확대될 것”이라며 달러의 독점적 지위 약화가 이 같은 변화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공개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액 비중은 전년 대비 2%p 하락한 58%로 집계됐다. 반면 금(19%)과 유로(16%)의 비중은 모두 상승했다. 과거 유로존 부채 위기 전 유로 비중이 약 25%에 달했다는 점과 견줘보면, 유럽의 입지 회복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최근 기고문에서 “세계 질서 변화가 달러의 지배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유로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한 신뢰성·회복력·제도적 무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패권 경쟁, 지정학적 위험 등 복합 환경이 글로벌 외환보유 다변화 움직임을 촉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금과 대체 통화에 대한 중앙은행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국제 통화 정책, 주요국 간 지정학적 리스크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전략과 국제 금융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각국의 실제 보유액 조정 및 글로벌 통화질서 개편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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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앙은행#달러#omf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