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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 고원에서 만난 시간”…태백에서 자연과 역사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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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 고원에서 만난 시간”…태백에서 자연과 역사를 걷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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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돌아보는 일이었다. 익숙한 계절의 끝자락, 고원 도시 태백에서 흐린 하늘과 서늘한 바람에 마음이 잠시 머문다. 한반도의 등줄기라 불리는 백두대간에 자리한 이곳은 평균 900m 이상의 고산지대와 청명한 공기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요즘은 태백을 찾는 이들이 천천히 자연과 역사를 걷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18도를 오르내리는 선선한 기온, 간헐적인 비 예보에 우산을 챙겨 길을 나서도 그만큼 가을의 정취를 또렷이 느끼게 된다. SNS에서는 드넓은 고랭지 배추밭을 배경으로 고요한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연달아 공유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태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태백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삼엽충 등 고생대 생명이 잠든 땅에서 지질학과 역사의 비밀을 보여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문소 지대의 전기고생대 지층이 국내 유일하게 연속적으로 밝혀지는 곳. 박물관은 깊이 있는 전시와 다양한 화석으로 고생대가 지닌 이야기를 아이도 어른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했다”는 방문 후기에서 누구나 이 같은 묘한 감상을 공유한다.

 

바람의언덕은 자연과 한가로움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펼쳐진 배추밭 위로 부는 시원한 바람, 하늘과 맞닿은 푸른 물결. “고요함이 온몸을 감싸는 기분이었다”고 느낀 이도 있었다. 번잡함 없는 풍경 속에서 자신만의 평화를 찾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상장동벽화마을에선 태백의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아버지의 길’, ‘어머니의 길’ 등 네 개의 골목은 탄광이야기와 가족의 역사를 벽화로 그려냈다. 과거 탄광촌의 애환이 골목 담벼락마다 살아 숨 쉬고, “오래된 사진 한 장처럼 마음에 남았다”는 방문객도 많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수도권에서 지방 소도시로의 소규모 여행이 늘며, 색다른 체험과 한적함을 즐기는 경향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여행의 본질이 단순한 소비에서 경험과 자기 발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흐름에 주목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제 복잡한 관광지보다 고즈넉한 작은 도시가 끌린다”, “아이와 함께 직접 만지고 배우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이야기가 잇따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태백의 흐린 바람과 고요한 풍경은,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는 여행의 이유가 돼준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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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상장동벽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