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종 이겨내고 생명까지 나눴다”…뇌사 장기기증, 의료윤리 조명
흑색종 완치 후 일상으로 복귀했던 50대 남성이 뇌사 판정 후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에 새 희망을 안겼다. 최근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진행된 이번 사례는 암 극복 이후에도 장기기증 의사가 받아들여지는 바이오 의료계의 변화와 윤리적 가치 실천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장기기증 문화의 확대가 환자 치료 및 생명 연장의 패러다임 전환점 중 하나로 해석한다.
고(故) 윤기명(55) 씨는 2018년 피부암(흑색종) 진단을 받고 5년여 치료 끝에 2023년 완치됐다. 그러나 2023년 7월 출근길 차 안에서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결국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윤씨와 가족들은 사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장기 기증하겠다’고 약속한 대로 심장, 폐, 간, 신장(양측) 등 5개 장기를 제공, 다섯 명의 생명을 구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특히 암 완치자의 장기기증이 실제 이뤄진 점에서 의료 현장에서 높은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장기기증은 신체 건강성, 기존 질병 이력, 감염 위험 등을 종합 심사하는 복잡한 바이오 프로세스를 거치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암 완치 장기기증자도 임상적으로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선 환자 맞춤형 교차 검증, 면역형 검사 등 정밀의료 기법이 병행된다. 국내 뇌사 장기이식 시스템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과 유사한 윤리 기준과 데이터 기반 검증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일 경우, 사후 장기기증 시 각종 바이오 마커 분석과 헬스 데이터 연계로 수혜자와 이식 부작용 최소화를 추구중이다.
최근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IT 플랫폼을 통한 기증 의사 등록, 공공기관과 바이오 기업의 협력 등 산업·정책적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윤리적 결단 및 가족 동의가 여전히 높은 문턱인 가운데, 이번 사례는 기증자와 유족의 결정 과정이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시켰다는 평가다. 국내에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법적 보호와 기증자 예우를 강화하는 추가 입법 논의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암 완치 이력자의 장기기증은 임상적으로 철저한 심사와 의료진 상담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번 사례는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발전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생명을 다루는 윤리적 토대를 점검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산업계는 앞으로 IT와 바이오 기술, 윤리·법제 강화가 어우러진 생명나눔 생태계 구축에 속도가 붙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