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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논문 표절 판정→학위 도미노 붕괴”…숙명여대·국민대, 연구윤리 파장 촉발
정치

“김건희 논문 표절 판정→학위 도미노 붕괴”…숙명여대·국민대, 연구윤리 파장 촉발

윤가은 기자
입력

차분한 침묵이 깃든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들려온 한 줄의 공식 발표는 오랜 시간 대한민국 사회를 감싸온 논란의 무게를 단숨에 드러냈다. 김건희 여사의 석사학위 취소 결정을 기점으로, 국민대학교까지 박사학위 취소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학문적 성취 위에 세워졌던 ‘자격’의 토대가 빠르게 무너지는 풍경이 펼쳐졌다. 표절 의혹이 수년간 이어진 끝에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면서, 권력과 대학의 특수관계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불신이 굳건해지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는 교육대학원위원회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김건희 여사가 1999년 제출한 논문 ‘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가 표절로 판명됨을 공식 선고했다. 민주동문회와 일부 교수들의 끈질긴 문제 제기 뒤에야 3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그 과정에서 학교 당국의 미온적 태도와 비공개 조사 방식, 탄핵 국면과 맞물린 시기적 특이성까지 더해져 의혹은 한층 짙었다. 그러나 숙명여대가 내부 절차를 마무리하자, 국민대학교 역시 신속하게 박사학위 취소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허술한 논문으로 학위 취득"…김건희 석사학위 취소, 국민대도 박사학위 취소 절차 착수 / 연합뉴스
"허술한 논문으로 학위 취득"…김건희 석사학위 취소, 국민대도 박사학위 취소 절차 착수 / 연합뉴스

국민대학교는 박사과정의 입학 자격 자체가 석사학위 소지임을 고등교육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해당 요건이 무의미해진 지금, 박사학위 역시 존속할 근거를 잃고 학위 취소 수순에 들어갔다. 학교 측은 김 여사로부터의 동의 확보, 숙명여대에 대한 사실확인 절차, 이해관계 기관과의 소통을 거쳐 대학원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칠 계획이라고 알렸다.

 

논문의 표절 의혹은 외형적 수치와 사례에서도 심각하게 드러났다. 김건희 여사 석사논문의 표절률은 42%에 이르렀고, 박사논문 역시 인터넷 게시글과 블로그 일부를 출처 없이 인용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옮긴 기초 어학 실력 논란까지, 심사 과정 전반에 대한 의문이 산처럼 쏟아지고 있다. 국민대의 경우, 박사논문 심사위원 중 전임강사가 포함되는 등 관련 규정 준수조차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논란이 깊어지면서 대학의 연구윤리 시스템 자체의 취약함, 권력자 특혜 논쟁, 사학재단과 정치적 환경의 엇갈림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모두 초기에 소극적 대응과 긴 흐름의 조사가 이어졌고, 국민대는 2022년 1차 재조사 결과에서도 ‘문제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려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동문들의 졸업장 반납 사태는 신뢰 위기와 도덕성 논란, 구조적 문제를 한꺼번에 가시화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의 논문과 프로그램 개발 기록에서는 국가 지원금 사업 결과물의 무단 인용, 저작권법과 보조금관리법 위반 소지도 발견됐다. 표절 논란은 대학 교육의 국제적 위상과 학위 신뢰도 하락으로 번지고 있다. 해외 투고 논문에서 발견된 번역 오류, 영문 초록 오역 등은 한국 학술의 대외 신뢰성에 우려를 더했다.

 

김건희 여사의 학위 논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신뢰도와 결부됐다. 교육 현장과 사회 전체에 공정성에 대한 뿌리 깊은 상처를 남겨, 정치권 전체와 대학 행정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 요구로 번졌다. 숙명여대와 국민대 양교 모두에게 명예와 신뢰의 위기, 나아가 한국 대학교육의 정체성 혼란이라는 숙제가 남았다. 학계와 교육당국에선 이번 사안이 원칙과 규정에 기반한 투명한 시스템 혁신, 그리고 권력과 무관한 독립적 연구윤리 문화 확립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프로필에 따르면, 경기 양평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MBA까지 이수했고, 다수 대학 강사와 대표이사, 각종 명예직을 거치며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논문 취득 과정 전반에 드리운 의문과 사후 대응의 책임성 부족이 그간의 이력과 명예마저 그늘지게 했다.

 

정부는 향후 대학 연구윤리 시스템 개선과 관련 법률 보완, 학위 취득·심사과정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 마련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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