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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과금 논란 정면 대응”…엔씨, 아이온2 즉각 손질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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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서비스 품질과 과금 모델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한번 게임 산업의 신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 아이온2가 정식 출시 직후 접속 장애와 과금 구조 불만이 동시에 폭발하면서, 회사가 출시 당일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과와 구조 조정을 약속하는 이례적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대형 신작조차 초반 운영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주가와 브랜드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9일 아이온2 출시 직후 발생한 서버 대기열 장기화에 따른 접속 오류와 과금 모델 설계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총괄을 맡은 백승욱 최고사업책임자는 이날 오후 3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긴급 라이브 방송을 열고 출시 후 2시간가량 로그인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업계에 따르면 출시 직후 최대 3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접속 대기 상태에 머무르며, 신규 콘텐츠 경험이 차단된 상황이 이어졌다.

이용자 반발은 단순 접속 불편을 넘어 과금 구조에서 불거졌다. 개발진이 사전 설명회에서 전투력에 직결되는 장비 옵션 강화 아이템 영혼의 서와 전투 강화 주문서를 캐시 재화인 큐나 상점에서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정식 서비스 버전에선 현금으로 구매하는 큐나 보급 상자를 통해 해당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커뮤니티에서는 사전 공지와 실제 BM 정책이 다르다는 지적과 함께 과금 우위 구조 회귀라는 비판이 거세졌다.

 

논란이 커지자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날 장중 15퍼센트대 급락을 기록했다.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이온2 BM과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개발진은 정식 출시 후 약 15시간 만에 라이브 방송을 편성해 직접 해명과 대응책을 내놨다. 백승욱 CBO와 김남준 아이온2 개발 PD는 방송 초반 이용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남준 PD는 문제로 지적된 큐나 보급 상자 구성에 전투 강화 주문서와 영혼의 서를 포함한 이유에 대해 일부 이용자의 플레이 난도를 완화하고, 외형 아이템 구매 시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설계가 사전 약속과 충돌하며 불신을 키웠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날 오후 예정된 임시 점검에서 큐나 보급 상자 판매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욱 CBO는 사과에 대한 보상책으로, 큐나 상품 혜택 형태로 제공되던 전투 강화 주문서 100장과 영혼의 서 50개를 모든 이용자 계정에 직접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유료 패키지 구성에서 꺼낸 핵심 성장 재화를 전체 유저 보상으로 전환해 초기 격차와 과금 우위 논란을 일부 상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게임 내 경제와 성장 구조도 손질에 들어간다. 개발진은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약 등 소모품과 각종 주문서 가격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필드와 지역 퀘스트 수행 시 지급되는 인게임 재화 키나 보상을 2배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캐릭터 성장 과정이 지나치게 지루하다는 피드백을 반영해, 퀘스트에서 요구하는 몬스터 사냥 수량도 절반가량으로 줄여 레벨업 체감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플랫폼별 플레이 경험 차이를 줄이기 위한 기능 개선도 예고됐다. 모바일 버전에는 스킬만 자동으로 사용해 전투를 돕는 어시스트 모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데스크톱 환경에서의 완전 자동 사냥과 달리, 이동과 타깃 선정은 직접 조작하되 스킬 시전만 자동화해 피로도를 낮추는 편의 기능에 가깝다. 백 CBO는 PC 버전에 대해서도 유사한 어시스트 기능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며, 확정 시 별도 안내를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아이온2 사태를 두고 대형 온라인 게임 신작의 BM 설계와 서버 인프라 투자 수준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과금 모델에 대한 사전 커뮤니케이션과 실제 출시 버전의 일치 여부가 국내외 이용자 신뢰의 핵심 지표가 된 가운데, 작은 차이도 번복이나 기만으로 해석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이번처럼 이용자 반발이 즉시 주가로 반영된 사례는, 게임사의 재무 리스크가 기획 단계 BM 선택과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규제 측면에서는 아직 온라인 게임 BM을 직접 제한하는 별도 정책 논의가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국가에서 확률형 아이템 공시 의무와 청소년 보호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과도한 과금 유도 논란이 반복될 경우 추가적인 자율 규제 강화나 입법 논의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용자 신뢰를 전제로 한 장기 운영 구조가 매출 확대보다 선행돼야, 규제 리스크와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남준 PD는 방송 말미에 게임 품질과 서비스 운영 전반이 이용자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거듭 사과하고, 향후 지속적인 개선과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온2를 장기 서비스 가능한 게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개발진이 제시한 BM 조정과 성장 동선 개편, 편의 기능 보강 방안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시작된 임시 점검을 통해 순차 반영될 예정이다. 산업계는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한 이번 조치가 실제 서비스 지표와 시장 평가 개선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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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아이온2#백승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