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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의료인, 1천억 시세 조종”…‘패가망신’ 첫 주가조작 적발
사회

“슈퍼리치·의료인, 1천억 시세 조종”…‘패가망신’ 첫 주가조작 적발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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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장, 대형학원 운영자, 금융 전문가 등 이른바 슈퍼리치와 의료인이 얽혀 1천억 원 규모로 장기적 주가조작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합동대응단과 서울남부지검이 9월 23일 7명의 혐의자 주거지와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며, 대통령이 공언한 ‘주가조작 패가망신’ 정책의 1호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합동대응단(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은 지난해 초부터 1년 9개월가량 법인자금과 금융회사 대출 등으로 1천억 원 이상을 동원, 고가매수·허수매수 등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해 약 4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수사 중이다. 실제 주가 차익은 230억 원에 달하며, 피해 규모는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슈퍼리치·의료인 얽힌 1천억 주가조작…‘패가망신’ 첫 사례 적발 / 연합뉴스
슈퍼리치·의료인 얽힌 1천억 주가조작…‘패가망신’ 첫 사례 적발 / 연합뉴스

혐의자들의 배경은 다양하다. 종합병원장, 한의원 운영자, 대형학원 대표 등 명망 있는 인사뿐 아니라 금융회사 지점장, 자산운용사 임원, 전직 사모펀드 임원까지 포진했다. 합동대응단은 친인척·학교 선후배 등 복잡한 관계망을 통한 공모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승우 합동대응단장은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이 올해 초 이상 징후를 포착해 감시를 시작했고, 3월께 기획조사에 착수했다”며 “혐의 규모와 관련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만 회 통정·가장매매를 반복하며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몄고, 매일 시세조종을 이어온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주가조작 세력은 수십 개 계좌와 주문 IP 조작, 경영권 분쟁에 편승하는 등 당국의 감시를 적극 회피했다. 특히 유통 물량이 적은 코스피 종목을 집중 공략해 주가를 2배 가까이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도입된 ‘지급정지 조치’를 최초로 적용, 계좌 동결 등 강도 높은 조치를 단행해 불법이익 환수와 시장 혼란 최소화에 나섰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사건이 의료인과 금융전문가 등 ‘엘리트 집단’이 가담한 초대형 시세조정 사범이라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핵심 국정과제 차원에서 추진된 합동대응단의 첫 성과인 만큼, 금융위·금감원·거래소·검찰의 공조로 범행 중단에 이르렀다는 점도 강조한다.

 

금융당국은 사건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의 최대 2배 과징금, 금융투자상품 거래제한,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 등 다양한 제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주가조작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상징적 본보기로 삼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과 부정공시는 반드시 패가망신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겠다”고 밝혀 왔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건 외에도 불공정거래 4건을 추가 조사 중인 만큼, 유사 대형 사건의 추가 적발 가능성도 크다.

 

이번 사건은 의료·교육·금융계 등에서 사회적 신뢰를 받던 인물들이 대규모 금융범죄에 연루돼 신속 차단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정확한 범행 전모 규명과 불법이익 환수에 주력하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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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대응단#주가조작#의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