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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전, 총·포 넘어 머릿속 전장”…아산정책연구원, 내러티브·AI 기반 국가 전략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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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전, 총·포 넘어 머릿속 전장”…아산정책연구원, 내러티브·AI 기반 국가 전략 촉구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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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戰場)의 무게중심이 총탄과 미사일을 넘어 인간의 ‘생각’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9월 17일 발표한 이슈 리포트에서 “한국이 평시 인지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내러티브와 인공지능(AI)을 통합한 국가적 전략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지전 대응 해법을 둘러싸고 외교안보 현안의 실체적 변화와 대응 전략 필요성이 다시 정가 안팎에서 부상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양욱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인지전을 “상대의 판단·결심 과정을 교란해 지휘통제 체계 전체를 뒤흔드는 비물리적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평소부터 내러티브·AI·민관군 통합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디지털 네트워크 의존이 전장의 취약 고리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산정책硏 “한국, 평시 인지전 대비 내러티브·AI 통합 시급”
아산정책硏 “한국, 평시 인지전 대비 내러티브·AI 통합 시급”

주요 강대국과 북한의 인지전 사례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러시아는 ‘재귀통제(Reflexive Control)’를 활용해 허위 내러티브·사이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결심 속도와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켰다. 중국은 심리전·여론전·법률전 ‘3전’과 AI 기반의 ‘지능화전’으로 대만, 주변국 대상 정보우위를 노린다. 이스라엘과 미국·NATO 역시 인지전 연구와 실전 적용을 강화 중이다. 양 연구위원은 “한국은 오랜 대치 상황에서 북한의 가짜뉴스·온라인 여론조작에 상시 노출돼 왔다”며 “여기에 더해 미·중 전략경쟁의 회색지대 압박도 현실화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6가지 대응 전략을 즉각 국가 단위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째,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 내 인지영역을 정책·예산·법제에 공식 반영하고, NSC와 국방·과학기술·문체·방통위 등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 둘째, 내러티브 전략 설계, 팩트체킹·탐지·대응을 전담하는 ‘국가 인지전 센터’ 및 민관군 통합 조직을 구축한다. 셋째, 딥페이크·봇넷 등 조작 정보 탐지용 AI 경보시스템을 상시 운영하고, 사이버·전자전과 결합해 공세·방어 태세를 표준화한다. 넷째, 평시 내러티브 전략을 대외(가치 연합 프레임)·대내(사실 중심 3단 브리핑)로 분리해 다채널 배포 역량을 키운다. 다섯째, 선거·안보 분야 플랫폼 투명성 강화, 추천 알고리즘 리스크 평가, 외국 주도 정보작전 감시 등 법제 개선이 요구된다. 여섯째, 전 국민 인지방어 교육으로 ‘정보 위생’ 생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행 로드맵도 명확히 제시됐다. D+30일 내 범정부 태스크포스와 위기 커뮤니케이션 표준 절차를 확정하고 AI 딥페이크 감별기를 시범 배치한다. D+60일에는 합동참모본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함께 인지공격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며, 24시간 대응 SNS 셀도 운영한다. D+90일에는 국가 인지전 센터 1단계 개소와 국가급 훈련·연습에 인지전 시나리오를 정식 포함할 계획이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국내의 의사결정 신뢰와 사회 시스템 안정성 차원에서 인지전 대비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정책 우선순위, 예산 배분, 범정부 통합행정의 현실적 한계 등 집행력 문제도 제기된다. 한 정보안보 전문가는 “누구나 정보생산자가 되는 환경에서 관·군 중심의 일방 작전은 통하지 않는다”며 “정치, 외교, 사회, 산업계까지 모두 참여하는 다층 공조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인지전 방어의 출발점은 ‘전장을 머릿속·손끝·혓끝’까지 확장하는 인식 변화와, 평시의 축적 노력이 국가 역량으로 이어지는 구조 전환에 있다. 정부는 향후 90일 로드맵에 맞춰 내러티브·AI 기반 인지전 대비를 국가전략 핵심에 올려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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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인지전#국가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