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도 AI로 진단한다”…수면과학, 헬스케어 산업 확장
최근 연일 지속되는 열대야 현상으로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며, 수면과학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러프버러대 임상수면연구소의 전 소장 케빈 모건 교수와 영국 수면연구회의 리사 아티스 부사장이 제시한 ‘열대야 대비 수면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숙면 데이터와 AI 기반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배경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문가 조언을 ‘수면 테크’ 경쟁의 새로운 신호탄으로 본다.
최근 공개된 수면 전문가의 조언은 세 가지 핵심 사안으로 요약된다. 첫째, 낮잠을 삼가야 한다는 점이다. 한낮의 더위로 인해 일시적인 무기력이 몰려와도 낮잠은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둘째는 침실 환경의 과학적 관리로, IoT 기반 온습도 모니터링 센서와 연동된 커튼 제어, 환기 솔루션 등이 이미 헬스케어 가전 시장에 확산 중이다. 얇은 이불은 체온 변화에 따른 수면 각성 방지 및 땀흡수 기능이 강조되며, 선풍기 등 냉방기기와 웨어러블 땀센서가 실시간 체온을 모니터링하는 방식도 도입되고 있다. 셋째는 취침 전 습관 관리다. 전문가들은 수분·카페인·알코올 섭취 제한과 더불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배출하는 블루라이트가 멜라토닌 분비를 저해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분야에서도 AI 기반 블루라이트 차단 앱, 수면 전 신경안정 콘텐츠 추천 서비스 등 디지털 솔루션의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언은 기존의 단순한 생활습관 개선 수준을 넘어, 수면의 질을 과학적으로 측정·예측하는 기술의 고도화 추세와 맞물려 있다. 글로벌 수면기기 시장은 이미 바이오센서 기반 수면 트래킹,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패턴 진단 등으로 차별화됐으며, 미국의 ‘핏빗(Fitbit)’, 스웨덴의 ‘베드딧(Beddit)’ 등은 수면 단계별 데이터 분석 정확도를 기존 대비 1.5배 이상 높인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수면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이 가시화되며 가정용 웨어러블, 병원용 맞춤 진단 솔루션부터 보험 상품 개발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만성 수면장애 환자, 고령층 등 다양한 수요자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외 경쟁사들은 알고리즘 해석력, 현장 데이터 적합성, 개인정보 보호 수준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의료기기 인증(CE, FDA) 기반의 디지털 수면치료제가 등장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식약처가 수면 데이터 기반 솔루션에 대한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 인허가 기준을 구체화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수면의 질을 데이터와 과학에 의존해 평가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헬스케어, 보험, 홈가전 등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커졌다”며 “향후 수면 테크의 상용화, 디지털 치료제의 규제 승인 여부가 헬스케어 생태계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과 서비스가 실제 일상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