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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가상인물 음란물 처벌 논란”…허영 의원 발의 법안에 표현의 자유 격돌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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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공지능(AI) 인물 등장 음란물까지 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격렬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성폭력 범주 확장을 둘러싼 명확성 부족,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기술 발전과 규제의 균형 문제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입법 과정이 험로를 예고한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최근 성폭력처벌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실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는 가상 인물”을 AI로 생성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형태로 제작·배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저장 또는 시청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을 담았다. 이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었던 지난달 26일까지 국회에 접수된 국민 의견만 1만7천891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의 핵심은, 기존에는 실존 인물이 음란물의 대상일 때만 법적 처벌이 가능했던 규정을 AI로 만든 가상 인물까지 포괄하도록 넓힌 점이다. 이와 관련해 허영 의원은 “실존 인물 여부와 무관하게 AI로 생성된 음란물을 처벌하는 조항으로 입법적 미비를 보완하고자 한다”고 입장 밝혔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이전부터 논쟁이 거세다. 입법예고 홈페이지 등에는 “자유로운 표현을 억압하거나 검열 도구로 악용될 소지” “범죄의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형사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것” “정부 권력 남용의 여지” 등 반대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AI 영상물 대상이 실제 인물이 아니더라도 현실 피해 가능성이 존재” “어린이와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나와 닮은 가상 이미지로 인한 2차 피해 우려” 등 찬성 의견도 상당수 제기됐다.

 

전문가들 역시 견해가 엇갈린다. 박상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자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며, 굳이 ‘가상 인물 음란물’을 별도로 규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신중론을 폈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실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는’이라는 법조문 해석이 모호해 억울한 범죄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면서 입법 완성도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범죄 전문변호사 이은의 변호사는 “AI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실존 인물의 사진 등일 수 있고, 캐릭터에도 모델이 되는 실제 인물이 존재한다”며 “딥페이크 피해와 유사한 심각성을 고려하면 처벌 공백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 발전이 야기할 사회 문화의 변화에 대한 핵심적 논의도 빠지지 않는다. 전창배 이사장은 “AI의 데이터 학습과정에 출처 명확화나 정보 공개의 의무를 부과하자는 요구가 늘고 있지만, 이런 조치가 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며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입법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와 규제 강화라는 두 요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향후 상임위 심사와 본회의 논의에서 법안의 실효성과 사회적 파급력, 기술 윤리 문제 등을 놓고 심도 있는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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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의원#ai가상인물#성폭력처벌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