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발레를 옮긴다”…네이버웹툰, 파리오페라 협업으로 글로벌 확장
웹툰 플랫폼이 공연 예술 IP와 결합하며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프랑스 국립 발레단 파리 오페라와 손잡고 발레를 주제로 한 오리지널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무용과 음악 중심의 공연예술을 세로형 디지털 만화 포맷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로, 양측은 이번 협업을 계기로 전통 예술의 글로벌 확산과 웹툰의 문화적 위상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공연 IP와 웹툰의 결합이 향후 2차 저작물, 라이선스 사업, 디지털 팬덤 확장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22일 파리 오페라와 협업해 발레 웹툰 시크레 뒨 에투알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28일 프랑스어 버전이 먼저 선공개되고, 한국어 버전은 내년 네이버웹툰을 통해 순차 연재될 예정이다. 총 30화로 기획된 장기 연재작으로, 플랫폼 내 정규 시리즈 포맷을 따른다. 양측은 파리 오페라가 보유한 공연 예술 자산과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유통망을 결합해, 유럽 현지 독자를 넘어 북미와 아시아 독자층까지 겨냥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기획 단계에서 가장 큰 특징은 한프 합작 제작 체계다. 한국 웹툰 작가 허니비가 스토리 구성을 맡고, 프랑스 웹툰 작가 스틸언더월드가 작화를 담당했다. 스토리는 파리 오페라 코르 드 발레 소속의 한국인 무용수가 오디션을 앞두고 수석 무용수의 공연용 티아라를 만지면서, 1950년대 프리마 발레리나의 몸으로 살게 되는 판타지 구조다. 현재 파리와 과거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오가는 시공간 전환 설정을 통해, 발레단의 역사와 무대 비하인드를 스토리 안에 녹여낸다.
웹툰 포맷 특성상 공연 장면은 연출 컷과 동선 묘사가 핵심이다. 무용수의 동작을 연속된 패널로 쪼개고, 동세 라인과 클로즈업 구도로 시퀀스화하는 방식이 동원된다. 실제 음향은 없지만 의성어, 대사 배치, 색채 대비를 통해 관객이 느끼는 리듬과 몰입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구조다. 기존 영상 중계나 사진 중심의 공연 기록과 달리, 관객의 시선을 작가가 설계한 동선대로 유도할 수 있어 서사 중심의 공연 경험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연예술 IP를 확보해 장기 연재 콘텐츠로 전환하는 것이 수익 다각화 포인트가 된다. 파리 오페라 입장에서도 무대 좌석 수와 상관없이 전 세계 모바일 이용자를 잠재 관객 풀로 확보할 수 있어, 향후 투어 공연이나 온라인 스트리밍, 굿즈 판매 같은 후속 비즈니스 접점을 넓힐 여지가 있다. 특히 발레는 영상과 이미지 중심 소비가 강한 장르여서, 세로 스크롤 기반의 웹툰 포맷과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니비 작가는 세계적인 발레단과의 협업이 작가에게도 매우 특별한 프로젝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네이버웹툰의 위상을 현장에서 실감했다며, 플랫폼이 제공한 기획 단계 지원과 피드백, 현지 문화 검수 과정이 작품 완성도에 영향을 줬다고 언급했다. 창작 현장에서는 실제 발레 동작과 동선 고증을 위해 레퍼런스 영상과 사진 자료를 분석하고, 파리 오페라 측과 세부 의상과 소품 표현에 대해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수 웹툰 엔터테인먼트 최고전략책임자 겸 글로벌 웹툰 서비스 총괄은 이번 파트너십이 웹툰 포맷과 공연 예술의 결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파리 오페라가 쌓아온 전통과 예술적 유산을 프랑스 현지뿐 아니라 전 세계 독자에게 소개하게 됐다며, 향후 다른 공연예술 단체와의 협업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공연예술과 디지털 콘텐츠의 결합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뮤지컬, 오페라, 클래식 공연이 영상 스트리밍과 SNS 숏폼 콘텐츠로 재가공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일본에서는 2D 캐릭터로 재해석된 무대 IP가 애니메이션과 만화로 확장되는 OSMU 전략이 자리 잡았다. 이번 한프 합작 발레 웹툰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국내 공연예술계와 국내 플랫폼 간 유사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공연예술과 웹툰의 결합이 실제 티켓 판매나 신규 관객 유입으로 바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전통 예술 단체 입장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협업이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수익 배분 구조 측면에서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연 IP는 제작비와 검수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 흥행 실패 시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업계에서는 미디어 형식 간 경계가 흐려지는 흐름 속에서, 전통 공연예술과 디지털 플랫폼 간 협업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웹툰처럼 글로벌 팬덤과 2차 저작물이 강한 포맷과의 결합은 향후 라이선스 사업, 굿즈, 오프라인 이벤트까지 확장될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다. 산업계는 이번 발레 웹툰 프로젝트가 공연예술과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접점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