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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홀 1타 역전 드라마”…헐, 통산 3승 복귀→LPGA 우승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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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홀 1타 역전 드라마”…헐, 통산 3승 복귀→LPGA 우승 감동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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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긴장감에 휩싸인 미국 오하이오주 TPC 리버스벤드의 18번 홀, 트로피의 주인이 결정되는 순간을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이 모였다. 버디 퍼트를 준비하던 찰리 헐의 손끝에는 미세한 떨림이 감돌았으나, 침착한 집중력으로 마지막 퍼트가 홀컵에 빨려 들어가면서 3년 만에 정상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찰리 헐은 15일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 크로거 퀸시티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가운데, 경쟁자 티띠꾼을 단 한 타 차로 제치고 LPGA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했다. 팬들은 오랜만에 맛보는 우승에 벅찬 박수로 화답했다.

“마지막 홀 극적 역전”…헐, 3년 만에 LPGA 통산 3승 / 연합뉴스
“마지막 홀 극적 역전”…헐, 3년 만에 LPGA 통산 3승 / 연합뉴스

이번 대회 동안 헐은 안정감을 앞세워 선두권 경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17번 홀을 마치며 티띠꾼에 한 타 뒤진 2위에 머물렀다. 승부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갈렸다. 티띠꾼이 파 퍼트 실수를 범해 보기를 기록한 반면, 헐은 담담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완전히 뒤집었다.

 

경기 후 헐은 "마지막 홀에서 손이 떨렸고 순간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1피트가 10피트처럼 느껴졌다. 타이거 우즈가 받았던 압박감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고 심리적 부담감을 드러냈다.

 

우승의 뒷면에는 수차례의 부상과 회복의 서사가 자리했다. 헐은 경기 중 실신과 발목 부상, 허리 통증 등 여러 악재를 이겨냈다. 7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두 번이나 쓰러져 기권했고, 또 주차장에서 넘어지며 추가 부상까지 입었다. MRI 검사 결과 허리 근육에 낭종이 발견됐고, 의사는 최대 9주 조용한 휴식을 권장했다. 그러나 헐은 3주 만에 회복해 PGA 무대로 복귀했다. 그는 "오히려 아플 때 더 차분해진다. 고통은 마음의 나약함일 뿐, 몸이 움직이면 달린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이날 패한 티띠꾼은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와 버디 퍼트를 모두 실패해 아쉬움이 컸다. 이번 시즌 LPGA 투어 24개 대회에서 다승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만큼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음을 상징했다. 헐 역시 "선수층이 두꺼워지고 경기력이 강해진 증거"라고 분석했다.

 

헐은 앞으로 남은 인터내셔널 크라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주요 대회를 언급하며 "부상 관리에 힘쓰면서도 오랜만의 우승 덕분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바라본 헐의 표정에는 그간의 고통과 감정이 조용히 녹아 있었다. 힘겨운 과정을 담담히 견딘 후 차분히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찬란한 노력의 결실은 골프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만한 장면으로 남았다. LPGA 크로거 퀸시티 챔피언십은 9월 15일 새벽, 세계를 감동시켰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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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헐#티띠꾼#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