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숲, 달리는 루지”…횡성에서 만나는 자연과 즐거움의 하루
요즘 횡성에 비 내리는 여정을 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맑은 날만을 기다렸지만, 지금은 조금 눅눅하게 젖은 숲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고요와 설렘이 일상이 됐다.
횡성군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함께 고품질 한우의 명성을 지닌 곳이다. 사계절 다른 색으로 물드는 산과 비 내릴 때 더욱 신비롭게 빛나는 호수가 특징이다. 이번 주 횡성의 날씨는 흐림과 비의 연속이다. 17일 현재 기온은 23.2도, 최고 26도. 기상청은 습도와 60%의 강수확률을 예보하며 “우산은 필수”라는 여행객들의 조언이 이어진다.

비가 오는 날에도 찾는 즐길 거리는 풍성하다. 관동옛길을 따라 조성된 횡성루지체험장. 2.4km에 달하는 세계 최장 단일 루지 코스는 S자 커브 대신 자연스러운 곡선을 따라 달린다. SNS엔 “끝없이 달리니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빗방울 맞으며 달리니 색다른 추억”이라는 체험 후기가 끊이지 않는다. 보호자 동반이 필요한 어린이나 동의서 작성을 거치는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모두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엔 아이들과 함께 들르기 좋은 곳도 있다. 바로 안흥찐빵모락모락마을. 횡성의 명물인 안흥찐빵을 테마로 한 이 공간은 직접 빵을 만들고 맛보는 체험,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오래 기억에 남을 가족여행”이라는 반응도 심심찮게 들린다.
노아의숲에서는 2만 그루의 자작나무와 굴참나무가 빗물 머금은 잎을 흔든다. 사계절 내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횡성호수와 명산의 파노라마, 산길을 따라 이어지는 자작나무 산책로, 밤이면 참숯과 황토 숙소에서 쉬어가는 고요가 마음을 씻는다. 3월엔 수액 채취, 초봄엔 명이나물 담그기, 4월부터 가을까지는 숲멍과 피크닉 같은 계절별 체험이 이어진다. 여행객들은 “숲에서 느릿하게 걷다보면 어느새 숨이 맑아진다”고 고백한다.
이런 흐름은 숫자 너머로도 드러난다. 비 내리는 날임에도 횡성 주요 명소의 방문객 수는 점점 늘고 있다. “굳이 맑은 날만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빗속 풍경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는 여행자들의 변화된 시선이 공감대를 만든다.
전문가들은 여행의 목적이 점점 ‘쉼과 힐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한다. “계절과 날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일이야말로 진짜 휴식”이라는 한 여행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후덥지근한 여름비 속을 걷는 일이 어느새 특권이 됐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오는 숲에서 커피 한잔이 최고의 호사”라는 목소리, “맨발로 걷는 오솔길, 다시는 잊지 못할 기분이었다”는 체험담이 이어진다. 사소한 풍경이지만, 그 안엔 달라진 여행의 태도와 궤적이 담겨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날씨 걱정 없는 여행’이 아니라, ‘오늘 날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찾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횡성의 숲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