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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흐드러진 궁남지 산책”…고요한 백제 문화유산, 마음에 머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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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흐드러진 궁남지 산책”…고요한 백제 문화유산, 마음에 머무르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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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돌아보는 일이었다. 부여의 흐린 오후, 연꽃과 연잎이 가득한 궁남지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늘었다. 예전엔 학창시절에 다녀가는 역사 체험지로 여겼지만, 지금은 계절의 빛과 조용한 자연을 즐기는 여유의 일상이 됐다.  

 

17일 오후 부여는 24도의 선선한 공기와 높은 습도, 간간이 남남동풍이 불어오는 흐린 날씨였다. 사람들은 잔잔히 흐르는 금강과 백제의 흔적이 깃든 도심을 배경 삼아, “산책로가 잘 돼있어요”, “뷰가 좋아요” 등의 감상을 남기며 소소한 평온을 즐기고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부여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부여

현대식 재현이 아닌, 실제 백제 시대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백제문화단지는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느낌을 준다. 능사, 고분공원, 생활문화마을 등 각기 다른 공간을 거닐면서, “사진이 잘 나와요”, “볼거리가 많아요”라는 후기가 SNS에 이어진다.  

 

무왕이 만든 인공 연못 궁남지는 여름 내내 피어난 연꽃이 아직도 연잎 사이로 소박하게 남아 있다. 넓은 연못 위에 서 있는 포룡정과 잔잔한 수면, 나무 그림자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퍼진다. “연꽃을 보고 싶어 일부러 왔어요”, “연못의 고즈넉함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며 방문객들은 감상을 전했다.  

 

자리한 무량사는 백제 창건의 오랜 사찰로, 숲에 둘러싸인 대웅전 마당에 앉아 자연의 소리와 계절의 변화를 깊이 느끼기에 제격이다. 이곳에서는 당일·체험·휴식형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찰 생활과 참선, 조용한 산사의 하루를 만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대의 유적지나 전통 경관을 감상하고 걷는 행위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일상의 스트레스를 덜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번 주말엔 부여로 소소한 산책을 떠나고 싶다”, “복잡한 생각이 잦아드는 곳”이라는 목소리가 커뮤니티에 이어졌다.  

 

작고 사소한 여행지 선택이지만, 도시에선 가질 수 없는 느긋함과 고즈넉함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이런 부여의 고요함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쉼표’인지도 모른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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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궁남지#백제문화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