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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29명, 10억의 행운”…숫자와 통계 너머 자리한 ‘소확행’의 꿈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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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서 “혹시 이번 주도 로또 샀어?”란 말을 더 자주 듣는다. 당첨의 확률이 희박하다는 걸 알면서도,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마음 한켠이 두근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해마다 반복되던 숫자 고르기가 이제는 누군가에겐 주말의 작은 의식이 됐다.

 

10월 4일, 제1192회 로또 추첨에서는 1등만 무려 29명이 나왔다. 모두 6개 번호를 정확히 맞춘 사람들에게 돌아간 행운의 당첨금은 각각 10억 7,954만원. 세금을 제하고 실수령액은 7억 2,329만원이 됐다. 2등 당첨자는 95명으로, 한 명당 4,284만원의 작은 행운을 챙겼다. 3등 이하는 150만원, 4등 5만원, 5등 5,000원 등등, 그만큼 당첨의 크기와 모양도 다양했다.

제1192회 로또당첨번호
제1192회 로또당첨번호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읽힌다. 2025년 기준 전체 로또 판매금액은 83조 7,500억원이 넘어섰고, 1등 당첨자는 누적 9,861명. 평균 1등 당첨금은 약 20억원 선, 최고 당첨자는 무려 407억원을 손에 쥐었다. 추첨 통계를 집계해보면 ‘34번’이 가장 자주 등장했고, 반대로 최근까지 단 한 번도 고르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소확행의 시대’라 해석한다. 특별히 큰 결단이나 변화가 없어도, 로또 용지 한 장에 담긴 소망이 평범한 일상에 희망의 불씨를 지핀다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로또를 사는 행위엔 단순히 돈의 가능성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심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혹시 이번엔 내 차례일까”란 설렘과 “일주일에 한 번쯤은 내 인생에도 반전이 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로는 “또 꽝이지만 그래도 좋다”는 익숙한 체념까지. 그 마음속엔 작은 투자로 얻는 심리적 리프레시가 자리한다.

 

당첨 여부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는 로또를 사는 그 순간이 자신의 삶을 다시 상상해보는 작은 놀이가 됐다. “운이라는 게 늘 남의 얘기는 아니라는 걸, 매주 한 번씩 되새긴다”는 한 참여자의 말이 오래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로또 용지 한 장 손에 쥔 채 멈춰 있으면서도, 우리는 저마다의 확률로 희망을 이어간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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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동행복권#119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