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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쉼 예고한 진심”…과르디올라, 맨시티 마지막 해→리더십 재충전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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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쉼 예고한 진심”…과르디올라, 맨시티 마지막 해→리더십 재충전 시사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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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의 끝자락에서 스스로에게 쉼표를 찍고자 한 걸음 멈춘 지도자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단단했다. 연속된 트로피의 무게 속에서도, 잠잠해진 승부의 열기 뒤에 감춰진 상흔을 직시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승부사의 고독과 책임, 그리고 한 인간이 느끼는 심신의 부담이 한 장의 인터뷰에 고스란히 담겼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페인 GQ와의 대화에서 “얼마나 오래 쉴지 모르겠다”며 잠정적 장기 휴식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1년, 2년, 3년, 심지어 15년까지 어디까지일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털어놨고, “맨체스터 시티와 계약이 끝나면 나 자신과 내 몸에 집중하고 싶다”는 바람을 곁들였다. 실제로 그의 계약은 2027년 6월 만료 예정이며, 수차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혀왔다.

“15년 휴식 가능성 언급”…과르디올라, 맨시티 지도자 생활 종료 시사 / 연합뉴스
“15년 휴식 가능성 언급”…과르디올라, 맨시티 지도자 생활 종료 시사 / 연합뉴스

2016-2017시즌부터 맨체스터 시티를 맡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6회, 리그컵 4회, FA컵 2회 포함 총 18번의 우승 트로피를 쌓으며 팀에 새로운 역사를 안겼다. 2022-2023시즌엔 프리미어리그, 리그컵,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는 트레블의 감격도 경험했다. 이어 2023년 FIFA 클럽 월드컵까지 품에 안으며 지도 철학의 정점을 찍은 바 있다.

 

그러나 2024-2025시즌 들어 팀은 부임 이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쳤다. 프리미어리그 5연패 도전에선 3위, FA컵에서는 결승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에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에 대해 과르디올라 감독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며, 숫자 너머의 의미를 곱씹었다.

 

그는 최근 수개월간 관중석에서 “내일이면 해고될 거야”라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며 지도자의 심리적 압박을 언급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여섯 차례 우승했지만 결국 언젠가 내려와야 한다는 걸 안다. 그게 인간의 일”이라는 깊은 자기고백이 이어졌다. 신체 나이를 묻는 질문엔 “75세”라 답하며 건강 부담을 토로했고, “몸이 다 아프다”는 현실적인 고통도 겹쳐 전했다.

 

그럼에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앞으로 5년, 10년 더 좋은 결과도 있을 것”이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지휘봉을 놓는 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 찾아올 긴 침묵마저 치열한 축구 인생의 연장선임을 예감하게 했다.

 

휴식과 재출발 사이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내딛는 과르디올라의 이야기. 수많은 승부 뒤에 숨은 인간적인 고뇌는 팬들의 동정과 기원을 이끌어 내고 있다. 2027년까지 남은 맨체스터 시티와의 동행에, 그의 마지막 한 시즌을 응원하는 팬들의 시선이 더욱 뜨겁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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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르디올라#맨체스터시티#프리미어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