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수준 맞췄다”…삼성·LG, 유럽 개인정보 자유 이전 허용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인정받은 한국 기업들이 이제 유럽 현지 지사와 협력사로부터 고객 및 임직원 개인정보를 별도의 추가 동의 없이 국내로 이전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중심의 산업 전환 흐름 속에서, 데이터 국경 장벽 완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글로벌 데이터 거버넌스의 분기점’이라며 실질적 업무 효율과 데이터 활용 폭의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EU 집행위원회는 16일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 서울’에서 상호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사실상 동등함을 공식화하는 공동 언론 발표문을 채택했다. 이로써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민간·공공기관 모두가 EU 회원국 및 유럽경제지역(EEA)에서 개인정보를 별도의 추가 동의·절차 없이 국내로 가져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수년간 진행된 한-EU 실무회의와 관련 제도 검증을 토대로 도입된 이번 제도는, 인공지능 학습과 클라우드 이전 등 데이터의 글로벌 통합 관리에 있어서 행정적 병목과 비용 부담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동등성 인정의 배경에는 양측의 고도화된 개인정보 보호체계가 자리하고 있다. EU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과 한국의 최신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권리 보장, 독립적 감독체계, 피해 구제 절차 등 핵심 영역에서 비교 가능한 수준을 갖췄다는 점이 확인됐다. 실제로 유럽 기업에서 개인정보가 침해된 경우, 정보주체는 현지 감독기관을 통해 신속히 권리 구제를 요청할 수 있고, 국내 이용자 역시 한국 개인정보위의 중개를 거쳐 EU 감독기구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EU 현지 서버에 저장된 고객 데이터가 한국 본사로 이전되는 과정 또는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접근과 위탁 등 모든 형태의 데이터 흐름이 절차적 간소화의 수혜를 입게 됐다. 다만, 주민등록번호·개인신용정보 등 일부 민감 데이터의 경우 동등성 인정 대상에서 제외돼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 산업 전반에선 의료·금융·제조 등 데이터 집약 사업의 확장과 AI 학습데이터 확보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 경쟁 구도 측면에서는 미국, 일본 등도 EU 적정성 승인을 받아 복수의 글로벌 데이터를 유연하게 이전하는 환경을 조성 중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이번 제도 도입으로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선진국과 동등한 출발선에 올랐다는 평가다. 유럽집행위원회(EC)나 유럽개인정보이사회(EDPB) 등 해외 감독기구와의 협업도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동등성 인정은 고시일인 16일부터 3년 후(2028년 9월 15일) 재검토 절차에 돌입한다. 데이터 이전 과정에서 정보주체 권리 침해가 반복 발견되거나 EU 및 한국의 제도적 격차가 확대될 시 동등성 인정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 제도 관리가 관건으로 꼽힌다. 개인정보 보호의 글로벌 기준 강화와 긴밀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이동 효율화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가 균형을 이룰 때 산업 발전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앞으로도 한국이 글로벌 데이터 정책 논의에서 주도적 입지를 굳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계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국내 기업이 실제 시장에서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