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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 트럼프 중재로 급반전”…휴전 수용 배경과 숨겨진 변수들→중동질서 재편 신호인가
국제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 트럼프 중재로 급반전”…휴전 수용 배경과 숨겨진 변수들→중동질서 재편 신호인가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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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군용기 엔진 소리가 희미하게 스미던 중동의 새벽, 깊게 침잠한 전쟁의 물결이 드디어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간의 피로 물든 충돌을 멈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도적인 중재 하에 뜻밖의 휴전 국면을 맞이했다.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두 강국은 상처로 얼룩진 적대와 명분 사이, 균열을 감춘 평화의 입구에 서게 됐다.

 

긴장과 불신의 응어리가 가득했던 이번 분쟁은 이스라엘의 과감한 선제공격으로 불붙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 아래, 미국은 지하에 파묻힌 이란의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핵시설에 세계 최초로 GBU-57 벙커버스터와 B-2 스텔스 폭격기를 투입했다. 탄환의 파열음 너머로 핵개발의 야망이 어슴푸레 주저앉는 순간, 중동의 지정학은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들어섰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내세워온 군사력과 방공망이 대대적인 공습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미군의 무력화 작전 속에 이란 영공은 경계가 흐려졌고, 미사일·드론 공격조차 더 이상 심장을 찌르지 못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절박함 끝에서 이란은 또 한 번 체면을 세워야 했다. 카타르 미군 기지에 제한적 반격을 감행했으나, 그마저도 맞춤형 통지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최소 대응과 확전 회피'의 실리를 좇았다.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공식 합의는 부정했지만,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한다면 우리도 대응을 멈추겠다"며 단호한 절충을 내놓았다. 테헤란 새벽의 잔잔치 않은 폭발음에도 불구, 이란 내부는 군의 마지막 분투에 감사의 숨을 뱉었다.

 

격랑을 이겨낸 두 국가는 하루 동안 휴전을 지속하며 종전에 다가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으면 더욱 거센 파도가 닥칠 것”이라 경고하면서도, SNS에서는 정권 교체까지 언급하는 강경 발언으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지역 세력의 물적 지원도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시리아 아사드 정권 등의 그림자는 중동의 먼지 속에 퇴색했다.

 

이 전쟁의 파문은 세계 평화 질서의 시험임과 동시에, 중동의 미래를 예고하는 운명적 신호다. 미국은 이번 작전으로 대이란 봉쇄의 군사적 주도권을 입증했고, 이란은 내적 균열과 전략적 후퇴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가 오래된 적대의 단순한 일시정지가 아닌지, 혹은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협상으로 이행될지, 지금으로선 쉽게 예견할 수 없다.

 

다만, 이번 휴전의 이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 중재, 네타냐후 총리와의 절박한 협상, 그리고 카타르 국왕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와의 긴박한 소통이 숨겨졌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본토가 최초로 공격받은 역사의 페이지는 일단락을 맞는다. 전장의 먼지는 채 가라앉지 않았으나, 중동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섣부른 평화의 문턱에 선 양국, 그들의 다음 걸음에 세계가 긴 숨을 들이켠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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