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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탈애플, 미국 탈중국 가속”…애플·스마트폰 공급망에 지각변동
IT/바이오

“중국 탈애플, 미국 탈중국 가속”…애플·스마트폰 공급망에 지각변동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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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5위로 떨어지고,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스마트폰은 1년 만에 60%대에서 20%대로 급감하는 등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변화를 미중 무역 분쟁이 스마트폰 산업의 판도를 바꾼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본토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대비 4% 위축됐다. 그럼에도 화웨이, 비보, 오포, 샤오미 등 현지 4개사가 전부 상위권을 점령했고, 애플은 중국 내 점유율 15%(1010만대)로 5위에 머물렀다. 2023년 25%의 점유율로 1위였던 애플이 불과 2년 만에 5위로 밀려난 것이다. 특히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 하모니OS 5.0 탑재 '노바 14' 시리즈로 생태계를 확장하며 출하량이 1년 새 15% 늘었다. 반면, 애플은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 보조금 정책에서 고가 모델이 제외되며 성장폭이 4%에 그쳤다. 중국 업체들은 독자 칩셋 개발과 유통망 다각화, 운영체제 자립 등 공격적 투자에 힘입어 시장 주도권을 뺏고 있다.

반대로 미국 시장에서는 '메이드인차이나' 스마트폰 비중이 급감 중이다. 지난해 2분기 미국 내 스마트폰 수입의 61%를 차지하던 중국산 비율이 올해 25%로 줄고, 인도산이 13%에서 44%로 폭증했다. 이 역시 공급망 재편의 대표적 사례로, 애플이 미중 무역 불확실성을 반영해 인도에서 아이폰 주요 모델을 조립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본격화한 결과다.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도 인도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으나, 속도나 규모 면에서는 애플이 가장 선도적이라는 평이다. 삼성은 베트남 중심 생산 체제를 고수하고, 모토로라는 핵심 생산시설 대부분을 중국에 두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 출하량을 보면 애플은 1330만대(점유율 49%)로 1위를 유지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11% 줄었고, 삼성전자는 830만대(31%)로 38%의 성장세를 보였다. 모토로라, 구글, TCL 등도 미국 시장에서 포진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중국 내 탈애플, 미국 내 탈중국' 움직임이다. 중국 소비자는 애플보다 화웨이·샤오미를 선택하며, 미국시장은 점차 중국산 대신 인도·베트남산 스마트폰이 주류가 되고 있다. 이는 효율성만 중시하던 글로벌 공급망이 지정학 리스크, 관세, 정책 보조금, 기술 자립성 등 정무적 변수를 중시하게 된 변화로 해석된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공급망 및 시장 판도가 올 하반기 이후 더욱 유동적일 수 있다고 본다. 애플은 중국 내 점유율을 지키지 못하고, 중국은 미국 내 공급력을 상실하며, 글로벌 빅테크와 현지 제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생산기지를 재편하고 있다. 카날리스는 "지정학적 지형 변화와 함께 공급망 다각화가 가속 중이며, 인도가 미국 스마트폰 제조 허브로 부상한 것도 미중 무역환경 불확실성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스마트폰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제조지 전환 움직임이 향후 IT·바이오 산업 전반의 새로운 표준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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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화웨이#스마트폰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