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계엄 해제 때처럼 사법개혁안 처리하겠다”…정청래, 필리버스터 장기전 대비 주문

김소연 기자
입력

사법개혁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 충돌이 예고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필리버스터 장기전에 대비한 강경한 대응 기조를 드러냈다. 내란의 밤 당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처리했던 기억을 소환하며, 12월 임시국회에서 사법개혁안 처리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자료의 날짜 기준 27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른바 사법개혁 법안 처리 방향을 제시했다. 정 대표는 “예산 국회가 끝나면 곧이어 12월 임시국회가 시작되고, 사법개혁안 등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하며 예산안 처리 직후 정기국회에서 임시국회로 이어지는 입법 드라이브를 강조했다.  

정 대표는 특히 작년 비상계엄 해제 국면을 언급하며 강한 결의를 촉구했다. 그는 “내란의 밤 우리가 죽음을 각오하고 본회의장을 사수해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그 결연한 자세로 각종 사법개혁안을 통과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당시 여야가 극도로 대립한 가운데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경험을, 사법개혁 입법 과정의 결단과 투쟁 의지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본회의에서 전면적인 필리버스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됐다. 정 대표는 “며칠이 될지 모르겠지만, 장기간 필리버스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개혁 작업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임해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사실상 야당의 저지 전략에 맞서 여당이 무제한 토론 장기전에 들어갈 수 있음을 언급하며, 이재명 정부 핵심 과제로 제시된 사법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한 셈이다.  

 

이보다 앞서 정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구체 법안 명을 거론하며 강한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내란전담재판부를 포함해 대법관 증원 등을 담은 법원조직법, 재판소원 등의 사법개혁 법안을 연내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한 대법관 증원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재판소원 제도 도입 등 사법체계 전반을 손보는 입법 패키지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당 원내지도부 역시 필리버스터 제도에 대한 손질을 예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필리버스터 제도가 소수 의견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다수의 정당한 입법을 가로막는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리버스터의 중단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 제도는 원래 다수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의사진행 장치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상황에서 무제한 토론이 사실상 입법 지연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여당이 국회법 개정으로 필리버스터 중단 요건을 낮출 경우, 향후 다수 의석을 활용해 쟁점 법안을 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야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의 연이은 발언을 두고, 사법개혁을 고리로 한 여야의 정면 충돌이 한층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예산안 처리 이후 12월 임시국회가 개회되면, 사법개혁 관련 법원조직법과 재판소원 도입 법안, 국회법 개정안 등이 한꺼번에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다수 의석을 앞세운 입법 강행과 필리버스터 제약 시도를 ‘입법 폭주’로 규정할 가능성이 크고, 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이재명 정부 공약 이행과 사법 신뢰 회복의 문제로 부각하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서로를 ‘정쟁 책임’의 당사자로 지목하는 공방이 거세질 경우 정기국회 후반기와 연말 임시국회가 전면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국회 안팎에선 필리버스터 제도 개편과 사법개혁 입법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향후 국회 운영의 룰과 사법부 권한 구조까지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는 예산안 심사와 정기국회 막바지 일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12월 임시국회에서 사법개혁 법안과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본격 논의와 표 대결에 나설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정청래#더불어민주당#필리버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