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축소 지향 길 가고 있어 신중해야"…오세훈, 국민의힘 당심 70% 경선룰 견제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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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경선룰을 둘러싼 갈등과 책임 정치 요구가 맞붙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둔 당심 강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며, 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는 반복적 사과의 필요성을 언급해 여권 내부 논쟁이 거세지는 국면이다.  

 

오세훈 시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 주택공급 절벽의 원인과 해법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내년 6월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50%에서 7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오 시장은 "확장 지향의 길을 갈 때임이 분명한데 오히려 축소 지향의 길을 가고 있다"며 "신중해야 할 국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전략과 관련해 "평소에는 핵심 지지층을 단단하게 뭉치는 축소 지향의 길을 가다가도 선거가 6개월, 1년 전으로 다가오면 오히려 확장 지향을 펼치며 지지층을 확산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이 당원 70% 경선룰 안을 내놓은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점과 관련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오 시장은 "제가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에도, 정치권에도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고만 답했다. 당내 특정 인사를 겨냥한 정면 비판은 피하면서도, 상식과 확장 전략을 언급해 간접 견제에 나선 셈이다.  

 

12·3 계엄 사태 1주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식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당내에서 제기되는 상황과 관련해선 책임 정치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원래 사과라고 하는 건 사과를 받는 분들이 그 진심을 느낄 때 사과로서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사과를 5번 하면 어떻고 100번 하면 어떤가"라며 "당의 진심, 진정성이 국민에게 가 닿을 때까지 계속해 진심 담은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형식적 1회성 사과가 아니라, 계엄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반복적 사과와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자신이 연루된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는 상황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오 시장은 "특검이 기소하면 뒷감당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뒤, "명태균이 제시한 13번의 비공표 여론조사는 표본이 조작된 엉터리 조사이고 전부 다 가짜 조사"라고 주장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조사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다투겠다는 취지다.  

 

한편 국민의힘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가 추진 중인 당원 70퍼센트·국민 여론조사 30퍼센트 경선룰 개편안에 잇따라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가 검토 중인 당원 70퍼센트·국민 여론 30퍼센트 개편안이 지방선거를 앞둔 현시점에서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은 "민심을 뒤로한 채 당심을 우선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향은 중도층과 무당층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우리 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인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딱딱한 내부 결집이 아니라 국민께 다가가는 유연성과 민심 회복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경선룰 개편이 오세훈 시장의 공개 견제,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성명과 맞물리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심 강화와 외연 확장 사이 노선 충돌이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국회와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앞둔 경선룰 논의를 이어가면서, 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 수위와 방식, 특검 수사 대응 등 복합 현안을 조율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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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국민의힘#서울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