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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한가운데서 무너진 일상”…PD수첩, 청소년 자퇴 급증→교육 현장 절망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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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한가운데서 무너진 일상”…PD수첩, 청소년 자퇴 급증→교육 현장 절망 쏟아졌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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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곳곳에 번진 불안의 그림자가 ‘PD수첩’에 포착됐다. 프로그램은 고교학점제 시행 4개월 만에 학생들이 익숙한 교실을 등지고 있는 현장을 세밀히 따라간다. 서로 다른 교실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 뒤에는 ‘선택의 자유’와 ‘다양성’이라는 색이 바랬고, 불편함과 흔들림만이 깊게 남았다.

 

도입 초기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현실은 학기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아 자퇴자가 속출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학생들은 매 교시 선택한 과목에 맞춰 교실을 옮기지만, 경쟁과 등급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기도 한 특성화고등학교는 두 달 사이 무려 25명의 자퇴생이 나와 이미 지난해 전체 수치를 넘어섰다. 강남의 한 사교육 전문가도 “학기 말에는 더 많은 학생이 학교를 떠날 수 있다”며 불안을 드러냈다. 자퇴 상담이 사교육 현장에서 3배 이상 늘었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PD수첩’ 고교학점제 혼란, 자퇴 급증→제도 파행 현실 직면 / MBC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PD수첩’ 고교학점제 혼란, 자퇴 급증→제도 파행 현실 직면 / MBC

제도 시행의 시발점이었던 ‘절대평가’는 설계 도중 ‘상대평가’와 혼재돼 혼란을 부추겼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자율적 진로 설계 대신, 남과의 비교를 중심에 놓고 과목을 결정하게 됐다. ‘자기 주도 성장’이라는 최초의 목적과 달리, 결국 등급과 경쟁만 남은 교실에서 점점 더 많은 청소년이 상실을 맛보고 있다. 여기에 서울 229개 고등학교 모두에서 기본영어·수학 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충격적 사실도 드러났다. 현직 교사들은 “등급 비율 조정만 강조한 제도가 학생들의 배움 그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지역 현실은 촘촘히 쌓여온 문제를 더욱 극명히 보여줬다. 소규모 학교에선 교원 감축의 여파로 최소한의 과목 선택권조차 줄었고,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떠맡으며 수업 질이 급격히 떨어졌다. 외부 강사 초빙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에서 학생들은 필요한 수업을 위해 먼 학교로 이동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다. 공동 수업 참여 등 각종 대책이 제시됐으나, 그 과정에서 쏟아지는 피로와 비효율만큼 학습권의 빈틈은 채워지지 않았다. 정부가 내세운 온라인 수업 역시 지역 간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교육계 전반이 ‘도입 취지’라는 이상은커녕, 오히려 깊어지는 차별과 소외의 현실 앞에 서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아이들이 경쟁과 배제에 내몰리고, 교사들마저 끝없는 중첩 업무에 지쳐가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근본적 질문, 그리고 교육의 본질에 대한 성찰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전국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혼돈의 한복판에서 흔들리는 교육 현장과 제도의 명암은 7월 1일 밤 10시 20분 방송되는 ‘PD수첩’ 미로 속의 고교학점제를 통해 심도 있게 보여질 예정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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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고교학점제#자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