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빈, 검은 드레스 속 다진 결의”…캐리어를 끄는 소녀 완성→현장 기립에 울림
잔잔하게 깔린 음악과 쏟아지는 플래시 속에서 최명빈은 검은 드레스와 단정한 헤어스타일로 레드카펫 위에 섰다.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의 품격 있는 모습에는 마치 모든 이야기를 품은 듯한 굳은 결의가 스며 있었다. 관객석을 스치는 발걸음과 미소마다 설렘이 부풀었고, 공식 일정의 마지막 무대에 이르러 최명빈은 말보다 깊은 눈빛으로 현장과 소통했다. 긴 침묵 끝에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그리고 무대 위 작은 미소까지, 배우의 내면이 무성하게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최명빈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영화 ‘캐리어를 끄는 소녀’의 주연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그는 양부모에게 버려진 뒤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소녀 ‘영선’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장면마다 각기 다른 결의와 아련함을 쌓아 올렸고, 테니스를 계기로 알게 된 친구와의 관계 안에서 부러움과 동경, 그리고 내면의 상처까지 치열하게 담아냈다.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직접 영선을 소개한 최명빈은, “‘내가 수아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밝혀 현장에 깊은 몰입을 선사했다. 가진 것이 많은 이들조차 보이지 않는 상처와 외로움을 안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내며, 진솔한 소감으로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캐리어를 끄는 소녀’는 잠시 친구의 집에서 머무는 불안한 소녀가 진짜 가족을 바라는 간절함을 그리는 작품이다. 영화가 끝나자 큰 박수와 응원이 객석을 가득 채웠고, 최명빈이 연기한 영선의 감정이 오롯이 스크린을 넘어 전해졌다. 그녀가 무대에서 내뱉는 말과 움직임, 마지막 퇴장까지 관객들은 한참을 자리에 남아 여운을 곱씹었다. 이야기가 끝나도 쉽게 가시지 않는 감정의 파도는, 최명빈의 이름과 함께 영화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어 최명빈은 또 다른 주연작 ‘시스터후드’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데 이어, 올해 칸 영화제의 ‘판타스틱 7’에도 출품되며 다시 한 번 성장의 발자취를 남겼다. 새로운 배역과 연기변신을 예고한 이 작품은, 국내외 영화계에서 최명빈의 차기 행보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의 연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곧 관객 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무대의 불빛은 어느새 꺼졌지만, 관객석에는 최명빈이 남긴 결연한 의지와 여운이 고요히 퍼졌다. 단단한 결심과 관객들과 나눈 무언의 약속, 그리고 스크린을 가득 채운 감정의 동요가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 남았다. 이제 ‘캐리어를 끄는 소녀’, 그리고 ‘시스터후드’가 들려줄 새로운 이야기가 또 얼마나 깊이 있게 파고들지, 스크린 밖의 기다림만이 흐르고 있다. 두 작품의 개봉 일정 역시 관객들과 영화계의 기대 속에 다가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