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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독점중계권으로 승부수”…네이버, 스포츠 콘텐츠 시장 재편 예고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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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대회의 중계권을 확보한 네이버가 모바일 스포츠 콘텐츠 시장을 새롭게 뒤흔들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중앙그룹과의 계약을 통해 2025년 FIFA U-20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 대회 중계에서 뉴미디어 독점 권한을 얻으면서 시장 내 OTT 주도 구도 변화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자체 플랫폼인 네이버스포츠와 치지직에서 무료 중계를 앞세워, 과거 2000년대 초중반 무료 중계 시절의 '콘텐츠 파워'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시작된 FIFA U-20 월드컵부터 네이버는 공식적으로 국내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중앙그룹이 2025~2030년 FIFA 월드컵,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국내 방송 중계권을 확보하고, 네이버가 뉴미디어 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본계약을 체결한 결과다. 실제 한국-우크라이나전 첫 경기에서 새벽 시간대임에도 통합 시청자 수가 약 20만명에 달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년 월드컵 본선 역시 네이버스포츠·치지직을 통한 독점 무료 중계가 예상된다.

특히 네이버는 타 OTT에 중계권을 재판매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온라인 시청 채널이 사실상 네이버로 한정된다. 이를 통해 유료 구독이나 별도 앱 설치 없이 무료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경쟁 플랫폼에서는 ‘입중계’만 가능해, 실시간 경기 영상은 네이버에만 집중될 전망이다. 차별화 포인트로 네이버는 ‘오픈톡’을 통한 시청자 참여형 실시간 소통 기능도 적극적으로 내세워, 기존 일방향 중계와는 다른 커뮤니티형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막대한 중계권료 투입 부담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이처럼 무료 독점 중계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장기적 플랫폼 락인(lock-in)과 네이버스포츠·치지직 등 영상 플랫폼 활성화가 있다. 조회수·광고·후원은 물론, 티켓·굿즈 판매까지 온오프라인 네이버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잡고 있다. 실제로 야구 국가대표 평가전인 ‘2025 네이버 K-베이스볼 시리즈’를 단독 디지털 중계하고, 티켓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등 자사 채널로만 판매해 충성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가대표 공식 유니폼, 굿즈 등 스포츠 커머스 연계 전략도 병행한다.

 

또한 네이버는 스포츠·게임 결합을 통한 젊은 이용자 공략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넥슨과의 협업으로 주요 게임 리그 중계는 물론, 월드컵 연계 e스포츠 대회 등 다양한 스포츠-게임 복합 콘텐츠를 기획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실시간 중계를 본 이용자가 곧바로 게임에 접속하거나 관련 아이템을 구매하는 등, 광고·콘텐츠 소비와 커머스·멤버십 가입까지 연결되는 복합적 성장 기반을 확보할 전략이다.

 

글로벌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등 OTT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네이버가 대형 독점권을 전면에 내세운 텍스트·영상·커뮤니티 통합 모델로 얼마만큼 반향을 일으킬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번 네이버의 행보가 국내 스포츠 콘텐츠 유통 구조와 미디어 소비 패러다임 전환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네이버의 독점 중계 전략이 실제 이용자 유입과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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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치지직#중앙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