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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견제 위해 한국에 원잠 허용”…플라자프로젝트 김흥규 이사장, 한미동맹 전략 변화 진단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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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기대하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개발을 허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중 관계와 글로벌 전략 구도 변화 속에서 미국과 한국의 기대 사이 괴리가 불거지며, 동맹 내 새로운 역할 설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 언론 특파원들과 만난 김흥규 플라자프로젝트 이사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대해 “트럼프는 동맹을 무조건 경시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신뢰가 있으면 동맹 역시 최상으로 무장하게 해준다는 방향 같다. 그렇다면 미국의 다른 최신 무기도 우리가 확보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미국 국방전략의 골격이 ‘본토와 서반구 방어’로 이전하면서, 서태평양 지역 방어를 위해 한국의 군사 역량을 지원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핵 비확산 체제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태도가 변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흥규 이사장은 “핵 문제와 관련해 생각보다 미국의 저항이 많이 약해졌다. 옛날에는 핵 비확산 체제 이야기만 나오면 지켜야 한다는 기조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주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하면서, 기존 비확산 원칙에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정부 간 기대치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우려도 드러났다. 김 이사장은 “우리 정부가 말하는 것과 미국에서 기대하는 것 간에 괴리가 존재한다. 미국의 안보 라인은 한국이 원잠을 갖는 것에 상응해 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전선에 참여하고 그런 입장을 표명해주기를 강하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플라자프로젝트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은 최근 워싱턴DC에서 미중관계, 한미동맹, 글로벌 공급망 등에 대한 의견을 싱크탱크 인사들과 교환하며, 미국 조야의 신동맹 인식 변화를 현지 특파원들에게 전했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한미관계가 업그레이드가 된 상태라서 원자력 잠수함을 승인해주지 않았나 싶다. 미중 간 전개가 달라지고 있고, 우리가 능력이 되고, 한미동맹이 다른 수준에 올라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과거와 달리 한미 경제동맹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며 “미국은 반도체, 조선, 핵심광물 등 자급자족 공급망 구축 측면에서 한국을 필수 동맹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동민 한반도전략분석연구소 사무국장은 미국이 외교안보 정책에서 과거 트럼프 강경 지지층을 점차 배제하고 경제, 기술, 군사 영역에서 장기 투자를 지속하며 대중 전략을 가다듬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맹 구조의 변화를 맞아 한국이 먼저 주도적으로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국가 이익을 극대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권과 정책 당국은 한미동맹의 전략적 환경 변화 및 미중 경쟁 여파 속에서 추가적인 외교·안보 전략 수립 여부를 두고 신중한 검토에 나설 전망이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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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자프로젝트#김흥규#한미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