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형주 8.5% 급등”…AI 기술주 쏠림에 소형주와 격차 확대
이달 들어 코스피 대형주가 8.5% 상승하며 소형주 오름폭(4.1%)의 두 배를 넘는 강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산업 호황 기대감이 대형 기술주 투자심리를 자극한 가운데, 증시 전반에 대형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실적과 성장성이 뚜렷한 대형주 중심으로 유입되면서 시장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12일까지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3,153.95에서 3,421.29로 8.5% 올랐다. 같은 기간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6.2%, 4.1% 상승해 대형주와의 격차가 뚜렷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산한 KRX TMI(토탈마켓지수)에서도 대형주(8.3%)가 소형(6.5%), 초소형(3.5%)보다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AI 관련 대형 기술주에 투자심리가 몰린 영향이 컸다. 미국 엔비디아·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강세가 국내 증시에도 투자 방향성을 제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일 각각 52주 신고가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6월 1~12일 KRX 반도체지수는 3,780.05에서 4,382.77로 15.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상승률(8.0%)을 크게 앞질렀다. 방위산업, 조선, 금융 등 업종 내 대형주도 지수 상승세를 견인했다.
반면 소형주는 대형주 대비 낮은 상승폭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기업 실적 회복보다 주주환원·자본시장 정책 등 제도적 요인이 대형주 쏠림을 심화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자금 흐름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금리 인하 기대에 빅테크가 하단을 지지하고 있고, 국내도 반도체 대형주가 하반기 업황 개선 기대와 함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실적·성장 모멘텀이 강한 대형 기술주 쏠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경기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가 병존하는 환경에서 중·소형주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급등 부담에 따른 차익실현 움직임과 함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중소형주로의 자금 유입 가능성도 부각된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도 소형·성장주로 자금 유입세가 뚜렷하다"며 "이달 이후 상승세가 중소형주로 확산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고 전했다.
증권가는 당분간 대형주 중심의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후 투자 확대 대상이 중소형주로 이동할지 주목하고 있다.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및 주요 기업 실적 발표 결과가 국내 증시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