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5만장 도입 앞당긴다”…정부, AI 데이터센터 규제 완화 본격화
고성능 AI 연산 시대를 맞이한 국내 IT 산업계에서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이 ‘AI 3강’ 진입의 최대 선결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GPU(그래픽처리장치) 5만장 급속 도입 계획은 국내 AI 컴퓨팅 역량 증대를 시사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 운용을 가로막는 전력, 입지, 세제 등 복합 규제가 산업계 ‘속도전’의 최대 난제로 지목받고 있다. 업계는 핵심 인프라 확장과 관련해 행정 절차 이상의 구조적 제약 해소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는 규제 완화 정책 속도가 결국 글로벌 AI 경쟁력 판도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주요 IT기업 최고경영진 및 학계, 협회와의 현장 간담회에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무너지면 AI 생태계 전체가 좌초할 수 있다”며 산업 자율성 토대의 대규모 인프라 생태계 조성을 공식화했다. AI 데이터센터는 고밀도 GPU 서버, 무인 운영 등 특수 설계를 요구하지만, 각종 건축·전력·입지 기준이 아직 일반 오피스 시설과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어 장비 조달부터 인허가까지 수년이 소요되고 있다. 실제 삼성SDS,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주요 기업 대표들은 “주차장 확보 등 비현실적 건축 규정” “인허가 절차만 1년 이상” “전력계통 영향평가 등이 6개월 이상” 등 현실적 장벽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토지 투기 의혹, 민간 사업자의 장기 임대안 제안, 기존 부지 활용 병행 필요성 등도 현안으로 논의됐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의 핵심 자원인 전력 인프라와 입지 문제도 신속한 제도 변화가 요구된다. 전력 수요지(수도권)와 재생에너지 생산지(동해안 등) 간 거리가 멀어, 현재의 규제 체계로는 안정적 공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 KT클라우드 등은 “PPA(기업간 전력구매계약) 한시 허용” “산단 중심 클러스터 설계” 등 새로운 제도적 접근을 제안했다. 카카오 등은 토지·건물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부재 문제도 산업계 전반의 투자 인센티브 구조로 연결된다고 밝혔다.
국가 AI컴퓨팅센터(SPC) 사업의 유찰 반복 등 정책사업 한계와 관련해서는,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의 공동 주도권 확보, 민간 SPC 지속성·시장성 강화 등 구조 개선 필요성이 나왔다. 인프라 구축의 기술적 유연성과 비즈니스 현실성 모두 최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배 장관은 GPU 5만장 도입 목표 시기를 2~3년 초단기 로드맵으로 앞당길 것을 시사하며 “정부가 마중물 공급자로, 민간은 실질 투자자로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GPU·데이터센터 기반의 소버린 AI(국가 수준 AI) 비전 실현을 전제로, 외산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경쟁에서도 가격경쟁력 등 실질 인프라 장악력이 관건임을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선 본격적 규제 개편과 인프라 생태계 혁신이 적기에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사업성, 가격경쟁력 등 시장 메커니즘과 공공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AI 3대 강국 도약의 성패를 가를 요소로 꼽힌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정책 논의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