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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설암·최명숙, 계절 담은 손끝”…자연 밥상에서 흘러나온 진심→삶의 깊이 묻는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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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설암·최명숙, 계절 담은 손끝”…자연 밥상에서 흘러나온 진심→삶의 깊이 묻는 서사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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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만월산 줄기 아래 설암 스님의 텃밭은 늘 계절 앞에 겸허하게 물든다. EBS ‘한국기행’이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삶을 품은 자연 밥상이 넓게 펼쳐진다. 설암, 최명숙, 박경옥, 황협주, 그리고 해남의 쑥떡 부부까지. 각기 다른 풍경 속 주인공들이 계절과 공존하는 진솔한 시간을 그려내며, 이번 809번째 여정은 제철의 기운을 오롯이 담는다.

 

강릉 용연사로 향한 첫 장면에선 설암 스님의 손끝에 힘이 실린다. 삽과 곡괭이 없는 천천한 노동, 굴착기의 자욱한 흔적 속에서 3천 평이 넘는 텃밭이 조용히 자라났다. 스님과 신도들은 이른 여름 땅을 일구며 흙 묻은 웃음을 나누고, 고구마순과 산채로 채워진 밥상에 자연이 깃든 진심을 올린다. 긴 세월 견딘 손길이 푸근하게 받아주는 밥상, 그 위에 묵직한 삶의 의미가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계절담은 절밥과 돌멍게…‘한국기행’ 설암·최명숙, 자연 밥상→삶의 깊이 전하다
계절담은 절밥과 돌멍게…‘한국기행’ 설암·최명숙, 자연 밥상→삶의 깊이 전하다

안마도를 지키는 박경옥의 섬살이는 어느 계절보다 분주하다. 평소엔 적막하던 작은 가게가 지네 사냥이 시작되면 긴장과 설렘으로 들썩인다. 갈라진 돌 밑, 한 뼘 흙이 허락한 제철은 사람과 땅, 짧지만 소중한 활기를 품는다. 박경옥은 직접 잡은 지네와 함께 깊어진 고독을 환하게 지우며 안마도의 봄을 기꺼이 살아낸다.

 

이어서 펼쳐지는 거제도 바다에서는 해녀 최명숙의 거친 용기가 빛난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물살을 뚫고 돌멍게를 캐내는 손은 식당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자연의 맛을 선물한다. 온종일 바다에서 돌아와 아들과 해산물을 다듬는 능숙한 움직임, 그리고 계절 해산물이 가득한 물회 한 그릇.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줄만큼이나 최명숙 가족의 서사는 바다의 깊이를 닮아 있다.

 

또 50년째 꿀벌을 따라 떠도는 황협주 부부는 봄마다 세종에서 경기도, 강원도까지 전국을 누빈다. 철마다 피는 꽃에 이끌려 벌통 200여 개와 함께 길 위에서 계절을 산다. 꽃잎이 피고 벌이 일하는 풍경은 생계와 신념이 겹친 흔적으로, 꿀 따는 손길마다 반세기의 노고가 서린다.

 

해남의 바닷가에서는 단 하나의 떡에 인생을 건 쑥떡 부부가 있다. 방앗간에 퍼지는 싱그러운 참쑥 냄새, 해풍 맞은 쑥으로 만들어진 떡에는 지나온 시간과 수확의 기쁨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계절이 주는 선물 덕분에 전국에서 주문이 몰리며, 방앗간 일상에 소박한 진심이 얹힌다.

 

각자의 밥상, 각자의 제철이 담긴 여정은 제철이란 자연의 약속이 곧 삶을 살아가는 방식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한국기행’은 설암, 박경옥, 최명숙, 황협주 부부, 해남 쑥떡 부부의 하루를 따라가며 깊은 계절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낸다. 이 서사는 오는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매일 밤 9시 35분에 EBS에서 시청자와 만난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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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설암#최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