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후문서 서명 후 폐기”…한덕수·김용현, 위법성 특검수사 확대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정치권의 긴장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상계엄 사후 문서 서명과 폐기 사실을 수사하면서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비상계엄 선포 절차의 위법성이 도마에 오르며 정치적 파장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조은석 특검팀은 7월 1일,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새롭게 작성된 계엄 선포문이 한덕수 전 총리와 김용현 전 장관의 서명 후 곧바로 폐기된 정황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소환해 당시 상황을 집중 조사했다. 이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서 이 같은 진술이 확보된 바 있다.

강의구 전 부속실장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통화에 앞서 김주현 전 민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그는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이 포함된 새로운 계엄 선포 문건을 사후에 작성하기 위해 한덕수 전 총리에게 연락했다. 문건에는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모두 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사후 문서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또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폐기를 제안했고, 결국 문서는 파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사후 문서 작업과 관련해 “사후에 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언급했으나, 한덕수 전 총리의 의견에 따라 폐기를 지시했다는 증언도 확인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계엄 선포의 적법성과 절차 이탈 논란이 재점화됐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도 급하게 소집된 사실이 드러났다. 강 전 실장은 당일 오후 9시 이후 김정환 대통령실 수행실장의 지시로 일부 국무위원 명단이 추가됐다는 점, 김용현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문 복사를 지시한 점 등을 자세히 진술했다. 이후 행정안전부가 국무회의 회의록 등 자료 제공 요청을 하자 회의 시간 등 일부 내용이 수정된 초안이 만들어졌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계획 좌절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이 위법성 비판과 처벌 리스크를 피하려 했다며 사후 문서 작업 시도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전날 강 전 실장 소환조사에서는 김 전 민정수석, 한 전 총리와의 통화 내역, 국무회의 회의록 초안 작성 과정 등 위법성 규명에 필요한 사실관계 확인에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비상계엄 선포 과정의 위헌·위법 논란이 확산됨에 따라 정면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권의 긴급통치행위가 헌법 절차를 무시한 결정적 셈법이었냐는 비판이 이어지는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절차상 실수가 없었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국회 역시 비상계엄 관련 위법성 논란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조은석 특검팀은 국무회의 회의록 등 추가 자료를 분석해 위법 여부를 규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