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 ‘기억 안 난다’ 답변에 강력 반발”…민주당, ‘관봉권 띠지’ 유실 청문회서 격돌
관봉권 띠지 유실을 둘러싼 쟁점이 국회에서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검찰 업무 수행과 피의 압수물 관리의 문제를 집중 추궁하며, 양측의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검찰 수사관들이 기본 사실조차 반복해 “기억이 없다”고 답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는 이른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유실 사건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청문회에는 박건욱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이희동 전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김정민·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증인·참고인 선정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퇴장해, 민주당 단독 청문회 형태로 진행됐다.

문제의 5천만 원 권 봉투와 띠지 분실 경위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 질의에 김정민 수사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복했다. 그는 “2024년 12월경 1천 건에 달하는 압수물이 접수됐고, 그중 특정 현금 묶음을 기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봉권이 무엇인지도 당시엔 몰랐다”며 현장 상황의 혼선을 강조했다.
남경민 수사관 역시 압수 지시를 들었냐는 질문에 “기억이 없다”며 “담당자도 아니고, 실제로 해당 현금을 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조직 문화와 책임 의식 부재를 비판했다. 장경태 의원은 “5천만원짜리 돈다발도 기억 못 하는 그런 정신머리를 가진 수사관이 어떻게 검찰에서 근무하느냐”고 강도 높게 성토했다. 또한 “권력형 비리 사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마땅히 옷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교 의원 역시 수사관들의 반복된 ‘기억나지 않는다’ 답변을 놓고 “국회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보관 책임도 따지지 않고, 원인을 찾지도 않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증인들이 사전에 작성한 예상 질의응답 문건에 비속어가 기재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김정민 수사관의 문서에는 ‘남들 다 폐기해 XX들아’, ‘폐기 → 나 몰라!’ 등의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확산됐다. 김 수사관은 “혼자 연습하다 적은 문구”라고 해명했으나, 서영교 의원은 “오늘 어떤 자세로 나온 것인가. 국회의원들이 XX인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 의원은 “남들 다 폐기했다는 표현이 본인도 같은 방식으로 폐기했음을 시사한 것 아닌가”라고 따졌지만, 김 수사관은 “폐기 여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다시 답했다.
청문회 도중 김용민 소위원장은 박건욱 부장검사와 이희동 차장검사가 “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예상 답변을 사전에 공유한 두 수사관은 “사전 모의”라는 지적도 받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 내 증거 관리 실태와 증언의 신빙성, 나아가 윤리적 책임의식 부재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국회는 관봉권 띠지 유실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향후 추가 청문회 개최와 제도 개선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