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초반 2.5퍼센트 급락…외국인 매도에 출렁였지만 개인·기관 저가매수로 반등
코스피가 19일 장초반 인공지능 AI 버블 논란과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2퍼센트 넘게 급락했다가 개인과 기관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3,900선을 다시 회복했다. 연이은 급락으로 가격 부담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변동성이 큰 장세 속에서도 반발 매수가 지수를 떠받치는 흐름이 나타났다. 향후 미국 증시와 AI 관련 수급이 국내 증시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6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07포인트 0.25퍼센트 오른 3,963.69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장 시작과 함께 13.02포인트 0.33퍼센트 상승한 3,966.64에서 출발했으나 곧 매도세가 확대되며 하락 전환했고, 오전 9시 38분께에는 전장 대비 2.5퍼센트 떨어진 3,854.95까지 밀렸다. 전날 3.32퍼센트 급락에 이어 장초반 투매가 이어졌지만, 이후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하락 폭을 모두 만회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며 지수 변동성을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같은 시각 외국인은 7,722억 원을 순매도해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3,425억 원, 기관투자가는 4,359억 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냈다. 특히 기관 가운데 금융투자가 3,423억 원을 순매수해 매수 우위를 보였고, 연기금도 389억 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금융투자 부문의 매수가 상당 부분 지수상장펀드 ETF를 통한 개인 자금 유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ETF를 매개로 저가매수에 나서면서 급락했던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34억 원, 1,561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2,411억 원을 순매도해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매매 주체별 포지션이 엇갈렸다.
장초반 급락에는 전날 뉴욕증시 약세가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7퍼센트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앤피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83퍼센트, 1.21퍼센트 내렸다. 다우와 S앤피500은 4거래일 연속, 나스닥은 2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위축시켰다.
특히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 등 일부 기관투자자가 엔비디아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AI 버블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부각됐다. 여기에 미국 경기 및 노동시장의 부진을 시사하는 지표가 연이어 발표되며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고, 이러한 흐름이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증권가는 AI 관련 기술주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와 성장주의 수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 상당수가 장초반 급락하며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을 줄이거나 상승 전환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처로 꼽히는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4.21퍼센트 하락한 54만6,000원까지 밀렸다가 이후 매수세가 유입되며 현재는 전일과 같은 57만 원 수준을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3.27퍼센트 내린 9만4,600원까지 떨어졌으나 낙폭이 축소돼 현재는 0.41퍼센트 하락한 9만7,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타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장초반 급락 뒤 반등 흐름을 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41퍼센트 오르고 있고, 기아는 1.22퍼센트, 현대차는 0.76퍼센트, KB금융은 0.49퍼센트, SK스퀘어는 0.44퍼센트 각각 상승세다. 다만 조선·방산·에너지 등 일부 업종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HD현대중공업이 2.32퍼센트 하락 중이며, 한화오션은 1.64퍼센트, 두산에너빌리티는 0.66퍼센트 내리고 있다.
업종별로는 장초반 약세 분위기가 진정되면서 대다수 섹터가 강세로 돌아섰다. 전기·가스 마이너스 2.68퍼센트, 제약 마이너스 0.27퍼센트, 전기·전자 마이너스 0.14퍼센트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상승 흐름이다. 상승 폭이 두드러진 업종으로는 금속 2.39퍼센트, 통신 1.59퍼센트, 운송·창고 1.49퍼센트, 화학 1.23퍼센트, 음식료·담배 1.18퍼센트, 증권 1.12퍼센트, 종이·목재 1.10퍼센트, 섬유·의류 1.05퍼센트 등이 꼽힌다. 변동성이 큰 장세 속에서도 업종별 차별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도 급락 후 반등 흐름을 보였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0.31포인트 0.04퍼센트 오른 879.01을 기록하며 소폭 상승 중이다. 코스닥은 장 초반 2.79포인트 0.32퍼센트 오른 881.49에서 출발했으나 이내 하락 전환했고, 한때 2.78퍼센트 떨어진 854.23까지 내려가며 급락세를 연출했다. 이후 저가매수가 유입되며 낙폭을 모두 만회하고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388억 원, 413억 원을 순매수해 코스닥 반등을 뒷받침했고, 외국인은 745억 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매도세를 이어갔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레인보우로보틱스는 5.59퍼센트 급등하며 강세를 보였고, 펩트론 0.48퍼센트, 에코프로 0.25퍼센트 상승했다. 반면 코오롱티슈진은 3.17퍼센트, 리가켐바이오 2.91퍼센트, 보로노이 2.35퍼센트, 알테오젠 2.33퍼센트 각각 하락하며 약세를 나타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조정과 AI 관련 차익실현이 겹치며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저가매수와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가 단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미국 경기지표와 AI 관련 실적 모멘텀에 따라 수급이 다시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단기 급등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 통화정책 기조와 주요 기술주의 실적 발표 결과에 국내 증시 방향성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