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달러 부채 감축 합의”…미국 울프스피드, 올해 세번째 대형 파산보호 신청
현지시각 6월 30일, 미국(USA)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Wolfspeed)’가 46억 달러(약 6조2천400억 원) 규모의 부채 구조조정 방안에 채권단과 합의하며 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둔화와 미국 정부 정책 변화가 겹치며 재정난에 몰린 울프스피드가 경영정상화를 도모하는 과정으로, 미국 내 세번째 대형 파산 사례라는 점에서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울프스피드는 1987년 설립돼 기존 실리콘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실리콘 카바이드(SiC) 기반 반도체 웨이퍼와 디바이스를 생산해 왔다.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 부품 공급사로서 입지를 유지했으나, 최근 경기 침체와 반도체 수요 감소, 지난해 미국 반도체 지원법의 정책 혼선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회사는 신규 자금 2억7천500만 달러 등 유동성 확보와 46억 달러 부채 감축을 바탕으로 3분기 말까지 파산보호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번 구조조정에는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Renesas)의 미국 자회사를 포함한 주요 채권단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요 언론들은 울프스피드 파산보호 신청이 브라질 저비용항공사(LCC) 아줄(Azul)과 위성통신업체 리가도 네트웍스(Ligado Networks)에 이어 올해 들어 미국 내 세번째 대규모 파산 사례로 집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불안정성이 미국 내 첨단 제조 기업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울프스피드는 향후 200mm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 제조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제품 고도화 및 시장 확대를 도모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과 자금 수혈만으로는 반도체 수요 회복, 공급망 정상화, 정책 불확실성 해소 등 중장기 현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채권단 구조조정 합의 직후 시장에서는 “추가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울프스피드는 2023년 미국 반도체 지원법의 보조금 수혜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으나, 연이어 이어진 행정부 정책 변화와 경기 둔화가 위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번 파산과 구조조정 사례가 향후 미국 반도체 산업 구조 개편에 시사점을 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 울프스피드의 파산보호 절차 종료 및 경영 정상화 성과, 그리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수요·공급 변화와 미국 정부 정책 방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울프스피드 사례가 미국 제조업의 시스템 리스크를 상징한다고 분석하며, 추가적인 구조조정 움직임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