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 아래 산사의 고요”…상주,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일상
요즘 흐린 가을날, 여행지가 주는 위로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햇살이 비치지 않아도 짙게 스미는 분위기 덕분에 작은 풍경에도 시선이 머문다. 상주처럼 자연과 문화가 밀도 있게 녹아 있는 도시에서는 평범한 하루조차 소중하게 기억된다.
경상북도 상주는 낙동강이 휘감는 비옥한 땅, 백두대간의 품에서 다양한 풍경을 품는다. 이날 오후 상주는 22.5도의 선선함과 비에 젖은 공기로 한층 차분한 가을을 보여주었다. SNS에도 “흐린 상주 산책”이란 말과 함께, 느린 발걸음으로 작은 사찰, 농장, 강변을 찾아가는 인증 사진이 속속 올라온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상주시 초산동의 파머스룸 삼백라운지. 20대 청년 농부들이 직접 만든 이 복합문화농장에서는 계절마다 제철 작물을 직접 수확하고,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도 어른들도 추억을 쌓는다. 너른 목장과 정원에서는 도시에서 잊고 지내던 감각이 살아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지역 농촌 체험 농장에 가족·MZ세대 방문이 해마다 10%씩 늘고 있다고 상주시 관계자는 전했다.
상주 남장1길의 남장사 역시 ‘고즈넉’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곳이다. 신라 흥덕왕 시대 뿌리내린 산사에는 극락보전과 영산전이 지금도 잔잔한 위엄을 전한다. 소나무 숲과 오랜 전각은 단순 관광지가 아닌 마음을 내려놓는 쉼터가 된다. 한 방문객은 “사찰을 걷다보면 과거와 현재, 자연과 나 자신이 고요히 만나는 순간이 있다”고 표현했다.
울창한 숲과 강변 풍경이 어우러진 경천대국민관광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기암괴석 사이로 비가 내릴 때면 낙동강의 흐름이 한층 더 평화롭게 느껴진다. 전문가들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속도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소박한 ‘로컬 여행’에 주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여행 커뮤니티에도 “흐린 날이 오히려 잘 어울리는 도시”, “아이와 함께 농장을 돌며 비에 젖은 초원을 걷는 기분이 독특했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상주의 상징적 풍경과 청년의 에너지가 도시를 새롭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사소해 보이는 동네 여행이지만, 그 안엔 나답게 쉬고 자연스럽게 느낄 자유가 담겨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