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안동의 약속”…낙동강 물결에 스민 시간의 인연→골목마다 삶의 의미 되묻다
두 사람의 오래된 약속이 품은 온기가 낯선 도시를 비춘다. ‘동네 한 바퀴’의 335번째 여정은 안동을 배경으로, VJ와 대학생의 지난 기억에서 비롯된 약속을 따라가며 도시의 골목에 숨은 시간의 조각들을 어루만졌다. 작은 인연에서 스며든 따스함이,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걷다 보면 안동중앙신시장의 문어골목이 길을 연다. 바닷가 아닌 내륙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문어의 존재감과 양반 제례상에 오르던 전통의 풍미, 쫄깃한 식감의 다시마전이 시장 가득 잊히지 않을 미각의 기억을 남겼다. 지역만의 특별한 맛을 새롭게 피워낸 햄프씨드막걸리 젤라토와 검은깨 젤라토에는 만든 이의 집념과 정성이 오롯이 담겼고, 그 열정이 일상의 행복으로 이어졌다.

한여름의 끝자락, 한국문화테마파크에서는 선비의 고장 안동의 유산이 물놀이, 천문 체험, 축제를 통해 오늘의 즐거움으로 되살아났다. 박재서 명인이 이어가는 안동의 가양주와 소주는 누룩 냄새를 덜고 오크통에서 깊이를 더하며, 대를 잇는 손길마다 또 하나의 시간을 쌓아간다.
고요한 안동의 도심, 지관서가는 한옥과 안동포 벽면이 풍기는 그윽함으로 마음을 쉬어가게 하고, 48년 동안 보리밥을 지켜온 식당에서는 어머니의 품 같은 인심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재료 하나에도 정성이 깃든 안동 간고등어와 된장은 오래 버텨온 시간만큼 깊은 맛을 냈다.
물길 따라 이어진 월영교 위에서 강과 산, 마을과 사람이 하나 되는 풍경을 걷다 보면, 오래된 이야기가 흘러간 자리에 누군가의 약속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무실마을 수애당에 차려진 헛제삿밥 한 상에는 집안 전통과 정성이 깃들고, 식혜의 은은한 향에 마음이 머물렀다.
‘엄마까투리’ 상상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에는, 지난 시간 산불을 이겨낸 모성애와 새로운 이야기가 살아 숨쉰다. 캐릭터의 유산과 현대가 만나는 그곳에서 안동의 여름은 더욱 밝게 빛났다.
지나가는 인연들을 손에 쥐려 노력한 사람, 멈춰선 골목의 숨결, 천천히 흐르는 강물 같은 시간. ‘동네 한 바퀴’는 안동의 구석구석을 거닐며 약속처럼 소중한 기억과 삶의 의미를 조용히 담아냈다. 335번째 여정의 안동 이야기는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를 통해 시청자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