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과 영산강 풍류”…나주, 느리게 걷는 미식과 역사 여행
요즘 ‘의미 있는 곳’에서 느리게 여유를 찾으려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예전엔 잠깐 스쳐가는 도시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나주가 ‘머물고 싶은 일상’의 여행지가 되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휴식의 태도가 담겨 있다.
나주에선 깊고 오래된 풍경이 여전히 사람들을 붙든다. 이날 오전, 나주시는 22.9도의 선선한 기온과 구름 많은 하늘 아래 더욱 고요한 분위기를 내비쳤다. 드러누운 평야 사이로 영산강이 유유히 흐르고, 천년 고찰 불회사에선 종이로 만든 석가모니불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 이어진다. 고목이 드리운 경내에선 오랜 나무 그림자 아래 역사와 사색이 함께 머문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올해 상반기 여행 트렌드 조사에서도 ‘지방 소도시 미식·역사 여행’의 선호도가 꾸준히 상승했다. 실제로 박물관에서 나주배의 재배와 품종, 나주 특산 음식의 유래까지 꼼꼼히 체험하려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나주배박물관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여유로운 일상을 천천히 즐긴다고 느꼈다.
여행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기억에 남는 경험”이라 부른다. “나주처럼 깊은 이야기가 있는 도시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한 출장이 아니라, 자신만의 온도를 찾는 ‘깊은 여행’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나주 영산포홍어거리의 특유의 싸한 향과 풍미는 두고두고 이야기할 거리로 남는다. 서로의 반응도 흥미롭다. 여행 커뮤니티에는 “홍어라는 낯선 맛에 도전했다가 오히려 다시 찾고 싶어졌다”, “강변 산책과 홍어 한 점, 이런 시간이 이렇게 소중할 줄 몰랐다”는 체험담이 공유되고 있다.
이젠 여행의 목적이 조금 달라졌다. 오래된 절집을 천천히 거닐고, 박물관에서 과거의 기술을 배우며, 골목마다 이어진 미식의 흔적을 따라 걸으면서 자기만의 속도를 찾으려는 마음이 늘어나고 있다. 소박한 골목이 주는 편안함과 천년 고찰의 고요함, 그리고 홍어거리의 낯선 풍미까지, 작은 순간들의 반복이 결국 의미 있는 여행을 완성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늘의 나주에는 천천히, 그리고 내 방식대로 머물며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