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접경지역서 대북전단 풍선 1025개 날린 단체회원 20명,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 송치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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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갈등과 경기 연천지역 경찰 수사가 맞붙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멈춰 있던 수사가, 경기도의 위험구역 지정 조치 이후 다시 진행되며 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경기 연천경찰서는 19일 항공안전법과 재난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대북단체 대표 A씨 등 20여 명을 지난달 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상적인 대북 인권 운동을 내세우면서도, 안전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형사 책임을 지게 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 등 접경지역 일대에서 고압가스를 이용해 대북 전단 풍선 1025개를 북한 방향으로 날린 혐의를 받고 있다. 풍선 속에는 북한 정권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과 각종 과자, 성경책, USB 저장장치 등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천경찰서는 지난해 9월부터 접수된 관련 신고를 토대로 타 경찰서에서 이송된 사건까지 포함해 총 26건을 병합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A씨를 포함한 관련자 20명을 특정해 모두 검거했으며, 개별 행위 시점과 장소, 사용 장비 등을 세부적으로 특정해 송치 기록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수사는 한때 공백기를 겪었다. 헌법재판소가 2023년 9월 남북관계발전법상 대북전단 살포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경찰은 별도 지침이 없는 한 전단 살포 자체만을 이유로 한 수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그해 10월 경기도가 도민 안전 위협을 이유로 파주시, 연천군, 김포시 등 접경지 3개 시·군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위험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경기도의 조치 이후 접경지에서의 대규모 풍선 살포 행위가 안전사고와 접경 긴장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 아래, 경찰은 재난안전법과 항공안전법 등 다른 법률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현행 항공안전법은 외부에 2㎏ 이상의 물건을 매단 무인자유기구를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 없이 띄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연천경찰서는 A씨 일행이 2㎏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단 묶음과 물품을 풍선에 매달아 날린 정황을 확인하고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거나 재난 발생 위험을 높이는 행위가 반복될 경우, 관련 조항에 따라 별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도 수사에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도의 위험구역 지정 이후 접경지 안전 문제를 더 엄격하게 들여다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검찰에 넘겨진 단체 회원들은 알려진 탈북단체 구성원과는 다른 인물들로 파악됐다. 연천경찰서 관계자는 "이들 단체 회원은 탈북민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주로 소규모로 흩어져 이동하며 2㎏ 이상 전단 묶음을 풍선에 매달아 살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조직적이면서도 추적을 피하기 위한 은밀한 방식이 동원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접경지역 주민 안전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지점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접경지 지방자치단체들은 북한의 반발 가능성과 군사적 긴장, 추락 물체로 인한 인명 피해 위험을 근거로 강한 제재를 주문해 왔다. 반면 일부 인권·보수단체는 대북 정보 유입과 체제 비판 활동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에도 행정법규와 형사법 적용을 둘러싼 해석은 여전히 분분하다. 경찰이 남북관계발전법 대신 항공안전법과 재난안전법을 근거로 수사에 나선 만큼, 검찰의 처분과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유사 사건 처리 기준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연천경찰서는 검찰 송치 이후에도 접경지 위험구역 내 불법 풍선 살포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회와 정부는 접경지 주민 안전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보완책을 논의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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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연천경찰서#대북전단#경기도위험구역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