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품은 카카오톡”…카카오, 슈퍼 앱으로 진화 선언
카카오톡이 출시 15년 만에 ‘국민 메신저’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슈퍼 앱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카카오는 23일 ‘이프카카오 25’ 행사에서 오픈AI 챗봇 챗GPT를 카카오톡 내 탑재하고, 자체 개발 AI ‘카나나’ 도입 등 역대 최대 폭으로 플랫폼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단순 메시지 송수신 도구를 넘어 AI가 생활 구석구석을 지원하는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모바일 메신저와 AI 융합 경쟁의 분기점”으로 이번 발표를 바라보고 있다.
카카오톡 개편의 핵심은 대화·검색·추천 기능을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에서 통합 제공한다는 점이다. 채팅방을 목적별로 최대 10개 폴더로 관리하고, 보낸 메시지는 24시간 이내 수정이 가능하다. 음성 통화 서비스인 보이스톡에는 통화 녹음·텍스트 변환·AI 요약 기능이 적용돼, 사용자는 긴 파일을 직접 듣지 않아도 AI가 주요 내용을 자동 정리하고 원하는 정보만 검색할 수 있다. 친구 탭 화면도 피드형 타임라인으로 재구성돼 프로필 변경 내역이나 게시물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프라이버시 설정도 강화됐다.

기술적으로는 챗GPT와 카카오 고유 AI가 결합되는 것이 최대 변화다. 카카오는 다음 달부터 별도 설치 없이 챗GPT를 카카오톡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오픈AI 최신 모델(GPT-5)을 탑재해 텍스트·이미지 인식, 이미지 생성, 파일 분석까지 챗GPT 고유 기능을 메신저 안에 통합한다. 챗GPT는 선물·음악·위치 등 카카오 플랫폼 내 서비스 실행에도 직접 연결된다. AI가 대화 맥락을 이해해 선제적으로 일정 관리, 예약, 정보 탐색까지 제안하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 기능도 연내 적용한다.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모델 ‘카나나 나노’ 역시 주목된다. 카나나 나노는 프라이버시 퍼스트 설계로 사용자 데이터를 스마트폰 내부에서만 처리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했다. 한국어 이해력과 문맥 인식에서 글로벌 동급 모델 대비 우위를 내세운다. 강지훈 카카오 AI디스커버리 성과리더는 “세계 최고 수준 한국어 AI로 이용자 삶에 실제 쓰임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 AI 챗봇과 ‘슈퍼 앱’ 전략을 내세우며 경쟁하는 가운데, 카카오톡의 강점은 5000만명에 이르는 고정 사용자와 생태계 중심 서비스 결합이다. 오픈AI 측 역시 “카카오의 현지화와 챗GPT 접목으로 생활 밀착형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대형 IT 기업들도 메신저와 AI, 검색, 추천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올인원’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카카오톡의 방대한 리치(도달 범위)와 한국어 특화 AI 기술은 시장에서 독자적 위치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한편 AI와 개인 맞춤 서비스가 확대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신뢰성 확보 등 디지털 윤리 및 규제 논의도 동시에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나나 나노” 등 기능 대부분을 온디바이스 구현으로 대응하며, 서버 저장이나 무단 학습이 없음을 공식화했다. 전문가들은 “AI 슈퍼 앱 시대에는 기술·윤리·플랫폼 혁신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리더십이 중요해질 것”이라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카카오톡 개편과 AI 결합이 실제 시장에 어떻게 안착할지, 사용자 경험과 관련 제도 변화가 융합 산업의 판도를 바꿀지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