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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해제, 추경호만 요청 가능했다"…특검, 대통령 권한남용 방치 지적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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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해제 권한을 둘러싼 정치권의 책임 공방과 대통령실 요청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2025년 11월 13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통령 윤석열의 협조 요청을 받고 사실상 대통령 권한남용을 방조했다고 공식 판단했다.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해제 요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국회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검팀이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서에 따르면, 추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명확히 인지했음에도 “대통령 윤석열의 요청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도록 협력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이는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들과의 연쇄 통화를 통해 대통령실과 국무위원들의 반대 의견을 들었으면서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계엄을 강행했다는 맥락을 인지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특히 특검팀은 “‘대규모 유혈사태’ 촉발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헌법 질서와 국가 이익을 우선할 책임이 있었으나,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막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45년 전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 선포 당시 학생 탄압을 경험했던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누구보다 명확히 인식했을 것이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 수개월 전부터 측근들과 이를 모의하고 군의 개입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사전 준비 상태도 체포동의요구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이와 달리 추경호 전 원내대표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인 ‘협조 요청’을 들은 사실이 없다”며, 미리 계엄 계획을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언급만 있었을 뿐 당에 협력을 요구하는 발언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계엄 당일 총리, 대통령과 통화 뒤 의원총회 장소를 원내대표실에서 국회로 변경해, 표결 참여를 방해하지 않았다”며 특검팀의 공모 주장을 부인했다.

 

정치권의 반응 역시 엇갈린다. 야권은 “국정 운영 견제 기능을 포기한 집권당 원내대표의 중대한 직무 유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추 전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며 특검 판단에 강하게 반발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추 전 원내대표의 의무 범위와 실질적 행동 여부를 놓고 입장차가 크다.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둘러싼 국회의 치열한 공방과 함께, 추 전 원내대표의 책임 범위 및 대통령 권한 남용에 대한 경계선이 향후 정국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와 내란특검의 향후 수사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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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윤석열#내란특별검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