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더불어민주당, 사법부 압박 논란 격화
사법부 독립성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법조계의 심각한 충돌이 심화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긴급 현안 청문회를 추진하면서 대법원장에게 직접적인 사퇴 압박이 가해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정치권에선 청문회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격화되고, 법조계에선 삼권분립 원칙 훼손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증인·참고인 출석 건을 의결했다. 특히 오경미, 이흥구, 이숙연, 박영재 등 현직 대법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법원행정처·지방법원 고위 판사까지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며 사법부를 정면 겨냥했다.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 등 다수의견과 상반된 반대의견을 냈던 인사들도 포함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청문회 움직임은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에서 비롯됐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을 만나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제가 바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는 익명 제보를 근거로 사법부의 대선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회동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법조계와 수사기관이 정보 출처를 문제 삼으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거센 우려도 표출됐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전합 판결로 정치를 하려 했단 억측을 제기하며, 대법관들에 대한 직접적 사퇴 압박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도를 넘은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역시 “정권 교체기엔 설전이 오가곤 했으나, 이처럼 사법부 수장을 정면 공격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 측 제보의 신빙성도 논란이다. “의혹 제기에 치중하며, 제보자도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는 지적이 법조계 내부와 여당 일각에서 이어진다. 당사자들이 모두 의혹을 부인하는 만큼, 야권의 강공이 오히려 ‘정치적 재판 개입’ 논란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각각 진보 성향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박영재 대법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바 있으며, 통상 중도·보수로 분류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개인별로 증인 출석 요구서가 도달하면 참석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청문회 성사가 불투명함을 시사했다.
지난 5월 14일 민주당 주도로 열렸던 1차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 당시엔 청문회 증인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논란이 가중된 바 있다.
국회는 30일 청문회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나, 사법부 독립성과 정치권 간 긴장감이 정점에 달한 만큼 국민적 관심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