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 공장 증설에 7천억 투입”…셀트리온, 관세 리스크 차단+글로벌 생산능력 13만2천ℓ로 확대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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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이 대폭 확대된다. 셀트리온이 미국 뉴저지 공장 증설에 최대 7,000억 원을 투입해 총 13만2,000리터 규모의 글로벌 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최근 강화되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수출 구조를 가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전략적 시사점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은 19일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증설을 통해 전체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13만2,000리터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 9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로부터 인수한 해당 공장에 1만1,000리터 규모 배양기 6기를 두 차례에 걸쳐 증설해 총 6만6,000리터의 생산능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대 7,000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 미국 공장 증설에 7천억 투자…생산능력 13만2천ℓ로 확대
‘셀트리온’ 미국 공장 증설에 7천억 투자…생산능력 13만2천ℓ로 확대

앞서 셀트리온은 일라이 릴리와 뉴저지 공장 인수를 위해 4,6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증설 계획은 인수 이후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관세·가격 규제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려는 후속 조치라는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뉴저지 공장을 포함한 해외 생산 거점 확대로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주요 제품군의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대형 글로벌 제약사와의 위탁 생산 및 파트너십 기회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관세 회피 효과도 핵심 포인트로 부각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셀트리온이 미국 정부로부터 무관세 기업으로 공식 인정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 회장은 뉴저지 공장 증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의약품 품목 관세를 발표한 이후에도 무관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셀트리온은 미국 정부의 의약품 가격 인하 압박과 관세 부과 요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하며, 내년 1월 미국 공장 운영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고 예고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 따라 한국산 의약품 제품에 대한 관세 상한을 15%로 설정했다. 품목별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유지하되,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관세 적용 방안을 아직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에 별도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기업 수익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번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대를 통해 이러한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면 관세 부과 대상에서 벗어나거나 실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동시에 미국 정부의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이 강화되더라도 협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여지가 커진다는 판단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북미 시장 규제에 따른 수익성 변동성이 줄어드는 만큼 중장기 실적 가시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회장은 간담회에서 제2의 성장 동력으로 ‘4중 작용 비만 치료제’ 개발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이 약물을 “1개 약물로 4개 대사·호르몬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해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면서, 비반응 비율을 5% 이하로 낮추고 체중 감소율은 약 25%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돼 온 근육 감소 등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단기 실적 전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 회장은 올해 4분기 실적과 관련해 “4분기 매출은 3분기보다 30% 성장하고, 영업이익률은 40%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4분기부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할 이전 영업이익과 셀트리온 영업이익을 비교해 경쟁해볼 만한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고 언급하며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는 대규모 생산능력 확보와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이 수익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셀트리온은 지주사격인 셀트리온홀딩스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도 병행 중이다. 서 회장은 현재 다양한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밸류체인 전반에서 규모와 기술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대형 바이오 기업과 CDMO, 신약 개발사까지 아우르는 인수 대상 검토가 이어질 경우 국내 바이오 산업 내 재편 움직임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생산 확대 계획도 재확인했다. 서 회장은 향후 3년간 국내 생산시설 증설에 약 4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천 송도 등 기존 생산 거점뿐 아니라 추가 부지를 활용해 대형 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뉴저지 공장 증설과 병행해 국내외 생산 거점을 동시에 확장함으로써, 전 세계 수요 증가와 공급망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이번 행보가 바이오시밀러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전반에 전략 변화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세·가격 규제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수익성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향후 정책 방향과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 바이오 업계의 투자 전략과 공급망 재편 속도도 좌우될 전망이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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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서정진#삼성바이오로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