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젖은 유채꽃이여”…정청래, 제주서 4·3 정신 강조하며 예산 지원 약속
제주 4·3에 얽힌 아픔이 내년 예산 국회 심사를 앞두고 다시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7일 제주도청에서 진행된 ‘현장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역사적 비극을 언급하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이른 행보가 도민 사회의 민심 변화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제주에서 시작하며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녁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라는 가사로 제주를 소재로 한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의 첫 소절을 직접 불렀다. 이후 4·3의 아픔과 국가 폭력의 상처에 대해 “양민 학살의 울분을 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인적 소회를 밝히며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목이 멨고 제주도에서 자행된 독재자에 의한 양민 학살의 울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정신에 맞게 민주당이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진행 중인 지역 예산정책 협의회 추진 배경을 설명하며, “제주가 가진 역사적 가치와 도민이 갈망하는 평화의 공익적 가치가 충분히 실현되도록 예산에서도 걸맞게 잘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주도가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조3천억여 원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구체사업도 열거됐다. 정청래 대표는 가칭 ‘가파도 RE100 마을 조성 사업’과 LPG 배관망 사업 등 지역의 신성장동력 사업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주도가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모범도시가 될 것’이라고 밝힌 내용이 이번 예산에 잘 반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4·3 평화공원 활성화 사업(56억 원)과 4·3 유네스코 등재 기록 용역비(2억 원)도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점이 부각됐다. 정 대표는 “양민 학살, 동족상잔의 아픔을 기리고 새기는 것은 시대를 넘어 계속돼야 한다”며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고, 명예를 회복하려는 과정마다 민주당이 제주도민의 손을 잡고 동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는 현 오영훈 지사가 민주당 소속으로 도정을 이끌고 있다. 이전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출신 원희룡 전 지사가 연임했던 만큼 변화의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영훈 지사는 “오늘 건의드리는 805억 원 규모의 국비 산업이 예산에 온전히 반영되고, 도민이 체감할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해서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이번 제주 방문을 지방선거 표심 확보를 위한 행보로 해석했다. 특히 과거 제주 4·3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논의가 진영 간 격돌을 거듭해 온 만큼, 예산 확보와 현안 해결 방안이 향후 정국 흐름에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향후 국회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지역 균형발전과 역사 치유 사업 등에 대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