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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VC 투자 10년 전으로”…글로벌 자금, 보수적 전환에 산업 침체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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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VC 투자 10년 전으로”…글로벌 자금, 보수적 전환에 산업 침체 신호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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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산업에 대한 글로벌 벤처캐피탈(VC) 투자가 2023년 120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약 1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한국바이오협회의 ‘글로벌 바이오텍 VC 투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던 바이오텍 VC 투자가 금리 인상과 팬데믹 이후 자금 조정, 엑시트(IPO·M&A) 시장 위축 등 복합적인 시장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 업계는 이번 급감세를 ‘산업 내 투자심리 변곡점’으로 해석하며, 바이오텍 혁신 기업의 성장 동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21억 달러 수준이었던 글로벌 바이오텍 VC 자금 조달은 2018년 1523억 달러까지 대폭 증가했으나, 이후 급격한 감소세로 전환됐다. 단기간 조정의 배경에는 고위험 장기 R&D에 대한 투자 기피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유입된 과잉 자금 회수가 손꼽힌다. 특히 IPO 시장이 얼어붙고, 선별적인 인수합병만 이뤄진 영향으로 엑시트 경로가 축소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바이오텍이 전체 VC 자금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9%에서 올해 1분기 4%까지 줄었다.

이번 보고서는 바이오텍 VC 조달이 세 단계 주기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2012~2017년 완만한 상승기(펀드 수 3배 증가), 2018~2021년 폭발적 확장기(규모 10배, 아시아 점유율 74.8%), 2022년 이후 시장 합리화기로 구분된다. 2023년에는 자금 조달 120억 달러, 펀드 수 46개로 3년 만에 85% 감소했고, 올해 1분기 신규 펀드는 4곳에 불과하다.

 

기술 및 시장 측면에서도 변동이 뚜렷하다. 2018년 초대형 펀드의 집중이 극대화됐던 반면, 최근에는 초소형과 다단계 펀드 투자 비중이 각각 1.4%, 92.8%로 대조를 이뤘다. 특히 2021년 이후 초기 단계 VC가 시장 내 비중을 늘리며, 투자 성향의 보수화가 두드러진다. 지역별로는 2018~2021년 폭발적 성장을 이끈 아시아 자금이 2023년 대폭 위축된 반면, 북미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바이오텍 VC 투자 위축은 미국, 유럽, 아시아를 망라한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에 모두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여전히 일부 혁신 신약 프로젝트에 선택적 투자가 이뤄지지만, 2022년 이후 성장 탄력이 급감했다. 아시아 역시 팬데믹 특수 소멸과 함께 투자 감소폭이 커진 상황이다.

 

대표적 규제 환경 변화와 맞물려, 각국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 및 재정 투입 여부에 따라 자본 유입 규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리·시장 환경 변화가 불확실성을 키운 가운데 향후 2~3년간 바이오텍 산업 투자 회복 속도가 산업 전반의 도약을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침체기가 중장기적으로 역동성을 재구축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장기 침체로 이어질지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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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바이오텍vc#한국바이오협회#아시아점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