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경고…미국 AI 수출 제한이 촉발한 화웨이 부상→글로벌 기술 주도권 어디로”
초여름의 파리, 비바테크놀로지 행사장에 모인 이목은 단연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에게 쏠렸다. 현장의 공기에는 신속히 바뀌는 세계 기술 패권의 향배와, 목전의 기로에 선 인공지능 산업의 긴장감이 깃들었다. 황 CEO는 미국의 AI 칩 수출 제한이 길어질 경우, 세계 경제의 바람이 어느 국면으로 흘러갈지 심중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황 CEO는 “미국 기술력은 아직 중국보다 한 세대 앞선 위치에 있다”며,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의 중심이 미국의 기술을 원점 삼아 돌아간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계속 제한한다면, 중국의 기술 기업인 화웨이와 그 밖의 경쟁자들이 떠오르는 미래를 우려했다. 부드러운 어조이지만, 그 안에는 반도체 한 조각에 담긴 국가 경쟁력과 안보, 산업의 생존 기로가 서려 있었다.

실제 미국은 최근 몇 년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AI 칩의 대(對)중국 수출을 순차적으로 제한해 왔다. 엔비디아는 이 속에서도 한층 낮은 사양의 제품(H20 등)으로 중국 시장을 겨우 지켜왔다. 그러나 추가적인 수출 통제로 인해 2025년 5월에서 7월 분기 매출만 80억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AI 산업의 역동은 각국 정부의 산업 정책, 지정학적 긴장, 기술 인재 유치 경쟁 등 거대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황 CEO는 “단기 조치가 돌이킬 수 없는 장기 변화를 낳을 수 있다”며, 미국이 세계 AI 연구 인재의 절반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단단한 규제가 오히려 중국 기술자들의 육성,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점유율 확대를 자극할 수 있음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중국 역시 화웨이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플랫폼,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반의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 사회는 미국의 AI 패권 유지와 중국의 도전이 실핏줄처럼 얽힌 경쟁 구도에 주목하고 있다. 각국 AI 개발자들은 어느 쪽 기술을 선택할지에 따라 산업지형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기술 블록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정치적 변수 역시 첨예하다. 젠슨 황 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 정책에 신뢰를 표하면서도, 예기치 않은 정책 변화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엔비디아는 당분간 자율주행차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시장 개척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의 파장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국에도 예외 없이 미치고 있다. AI 칩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견고한 대립 속에서, 각국은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서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AI 기술이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이 시점에서, 기술 주도권의 향방은 이미 국경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의 내일을 삼켜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