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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북미·철강 재편 인사”…현대차그룹, 리더십 개편→체질 개선 가속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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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 등 4명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총 219명에 이르는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2025년 경영 체질 전환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미래 생산체계, 북미 시장, 철강 밸류체인이라는 네 축을 중심으로 리더십을 재편하고,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을 그룹 기획조정 담당으로 선임해 지주 차원의 사업 최적화에 무게를 실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리·환율 변동과 전기차 수요 둔화, 보호무역 심화가 교차하는 환경 속에서 인재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말 임원 인사 규모는 사장 4명,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신규 선임 176명 등 총 219명 승진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미래 지향 인사”라고 정의하며, 단기 실적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 중장기 기술·시장 구도를 견인할 리더십을 전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수치로만 보면 하향 조정되는 글로벌 수요와 강화되는 환경 규제 속에서도 공격적 체질 개선을 감행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SDV·북미·철강 재편 인사”…현대차그룹, 리더십 개편→체질 개선 가속
“SDV·북미·철강 재편 인사”…현대차그룹, 리더십 개편→체질 개선 가속

핵심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혁신을 가속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제조 라인의 이원 축 강화다. 그룹은 현대차 만프레드 하러·정준철 부사장, 기아 윤승규 부사장, 현대제철 이보룡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을 그룹 기획조정 담당으로 이동 배치했다. 서 사장의 후임으로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는 이보룡 사장이 맡게 된다. 그룹은 이 구도를 통해 차량 개발, 생산·구매, 해외 판매, 철강 공급망이 하나의 전략적 체인으로 묶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하러·정준철 신임 사장에게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혁신이라는 그룹의 최우선 과제가 직접 부여됐다. 현대차그룹은 두 사람의 승진에 대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혁신을 앞당기고 압도적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완성차 기업이 차량을 하드웨어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과 제조를 통합한 리더십이 관건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셈이다.  

 

하러 신임 사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뒤 R&D본부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제품 개발 전반을 아우르며 차량 기본성능 향상을 주도해 왔다. 그룹에 따르면 그는 파워트레인, 섀시, 전자 제어 등 핵심 요소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주행 성능과 내구 신뢰성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는 현대차그룹 R&D본부장으로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모든 유관 부문과의 협업을 확대해 SDV 성공을 위한 기술 경쟁력을 한층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차량 아키텍처 통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체계, 통신·클라우드 인프라 등 미래 기술 분야가 우선 과제로 거론된다.  

 

정준철 신임 사장은 제조솔루션본부와 구매본부를 총괄해 온 생산기술·구매 전문가다. 그룹은 정 사장이 완성차 생산기술과 수익성, 공급망 관리라는 세 축을 동시 관리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 생산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조 현장에서는 로봇 자동화, 지능형 공정 제어,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 등 디지털 전환이 심화되고 있어, 정 사장은 로보틱스와 연계된 차세대 생산체계, 이른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 구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생산 효율성과 품질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기에 맞춘 유연한 제조 캘린더를 구현하는 작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첨단차플랫폼 본부를 이끌던 송창현 전 사장의 후임은 이번 인사에서 확정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5일 사임한 송 전 사장의 후임을 조만간 선임하겠다고 밝히며, “송 전 사장이 주도해 온 SDV 개발전략 수립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기술 내재화를 토대로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총괄 부재 기간이 길어질 경우 개발 의사결정 속도 둔화 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그룹이 R&D본부와 제조·플랫폼 조직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려는 전환기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해외 시장 중에서는 기아 북미 권역이 전략 요충지로 다시 한번 강조됐다. 현대차그룹은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윤승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미국을 축으로 한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를 분명히 했다. 그룹은 윤 사장이 본사 미주실장, 미국·캐나다 판매법인장을 거친 판매 전문가로서 비즈니스 전문성과 북미 시장 인사이트를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윤 사장은 치열한 전기차·SUV 경쟁 환경에서도 전년 대비 8퍼센트를 웃도는 소매 판매 증가를 이끌어낸 성과를 인정받았다. 북미 시장에서는 고금리와 소비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신차 수요가 흔들리고 있음에도, 기아 브랜드가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EV 시리즈 등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점유율을 방어·확대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가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인센티브 관리, 딜러망 재정비 등을 통한 중장기 체질 개선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철강 부문에서는 현대제철의 리더십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생산본부장 이보룡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사장은 30년 이상 철강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R&D 엔지니어링과 사업 운영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룹은 이 사장이 고강도 경량 소재, 친환경 공정, 수소 환원 제철 등으로 대표되는 철강 기술 전환과 자동차강판 공급 안정화를 동시에 추진해 나갈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 담당으로 이동해 그룹사 간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원 배분 최적화를 총괄하게 된다. 서 사장은 2023년 11월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약 2년 만에 다시 그룹 본체로 복귀하게 됐다. 재무·전략에 능통한 서 사장이 기획조정 라인으로 돌아가면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제철로 이어지는 핵심 계열사 간 역할 분담과 투자 우선순위 조정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전동화·SDV 투자 확대와 동시에 수익성 방어가 요구되는 국면에서 그룹 차원의 균형감 있는 자본 배분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인적 쇄신과 리더십 체질 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경쟁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사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연구개발, 생산, 판매, 철강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반에서 SDV와 전동화, 북미 전략을 축으로 한 장기 로드맵을 보다 입체적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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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만프레드하러#서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