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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분자 영화 기술”…초고속 효소 반응 구조 해석→차세대 촉매 설계 신호탄
IT/바이오

“UNIST 분자 영화 기술”…초고속 효소 반응 구조 해석→차세대 촉매 설계 신호탄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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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차원의 생명현상은 그 섬세함과 신속함으로 인해 오랜 시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IT·바이오 융합 기술의 비약적 진보 속에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분자 영화’라는 이름의 감각적 도구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효소 반응의 실상에 최초로 접근했다. 이 첨단 영상화는 효소 반응의 동적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포착해, 단백질 공학과 신약 개발의 미래 지형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시금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UNIST 물리학과 김채운 교수팀은 탄산탈수효소II가 이산화탄소를 탄산으로 전환하는 일련의 반응을, 초당 100만 번에 달하는 속도로 진행되는 각 단계를 정확히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효소는 세포 내 이산화탄소의 신속한 제거를 돕는 필수적 생체 촉매로, 활성자리에서 복잡하게 물 분자가 재배열되고, 새로운 물이 유입돼 산출물이 방출되는 미세한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지금까지 그 중간 과정을 실험적으로 직접 관측하는 일은 기술적 한계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UNIST 분자 영화 기술”…초고속 효소 반응 구조 해석→차세대 촉매 설계 신호탄
UNIST 분자 영화 기술”…초고속 효소 반응 구조 해석→차세대 촉매 설계 신호탄

연구진이 자체 설계한 ‘분자 영화 기술’은 효소 반응을 영하 183℃의 극저온에서 정지시킨 뒤, 시간의 단면을 고해상도 X선 결정구조로 연속 촬영해 시간 순서로 복원하는 원리를 따른다. 여기서 사용된 광분해성 기질과 단계적 온도 상승 기법은, 자외선을 통한 이산화탄소의 순간 공급과 효소 활성 변화의 미세 조절을 가능케 했다. 결국 1초에 백만 번 이뤄지는 복잡한 분자 변환이 ‘슬로우모션’으로 재구성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물 분자의 교체-재배열이라는 반응 중간 단계가 생산성 전체를 지배하는 열쇠임이 규명됐다.

 

김채운 교수는 “분자 반응의 세밀한 퍼즐 조각이 드러남에 따라, 향후 단백질 공학, 신약 개발, 생체 모방형 촉매 설계 등 다양한 IT·바이오 산업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는 이번 연구가 대사경로 제어 기술, 인공 효소 설계, 바이오센서 개발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기술적 인프라를 견고히 할 전망이라고 진단한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5월 12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완성됐다. IT·바이오 융합 신기술의 진화가 가져올 새로운 질서의 서막이 밝아오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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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분자영화기술#탄산탈수효소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