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아래 고찰 산책, 숲속 질주”…합천에서 만나는 천년의 고요와 활력
여행을 준비할 때 날씨를 먼저 검색하는 이가 많다. 요즘 합천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이름난 고찰만 떠올렸지만, 이제는 산사의 고요와 숲속 질주가 나란히 펼쳐지는 활력의 일상이 됐다.
합천군은 9월 중순, 구름 낀 하늘 아래도 낮에는 31.7도의 기온이 이어진다. 남남서풍이 살랑이는 강수 확률 20%의 날. SNS에는 가야산 자락에서 산책하거나, 산사의 단풍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이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해인사를 찾는 여행객들은 팔만대장경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실제로 1,000년 가까운 세월을 견딘 목판을 보니 절로 숙연해졌어요”라는 방문 후기처럼 신비로움이 감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지역 명소와 자연체험 공간을 찾는 국내 여행객이 지속 증가세다. 그만큼 합천 해인사, 함벽루, 국보테마파크의 방문자 수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일상 속 감정 회복 여행'이라 설명한다. 한 여행 평론가는 “해인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천년의 흔적을 명상처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라 표현했다. 그는 “산사에서의 고요, 숲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경판에 새겨진 역사의 묵직함이 정신적으로 깊은 위안을 안긴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보테마파크는 아예 숲을 가르며 루지 트랙을 질주하는 색다른 체험으로도 유명하다. “친구들과 숨 좀 쉬려고 찾았다가 카트 타고 내려오며 속이 뻥 뚫렸다”는 후기도 많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을바람 맞으며 함벽루에 앉아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이부터, “해인사에서 엄마랑 단풍사진 다시 남기고 싶다”는 가족 여행객까지, 모두 각자의 기억을 남긴다. 바삐 걸음을 옮기던 일상의 짧은 휴식. 그리고 단풍 든 가야산에 서서히 물드는 마음들.
사소한 변화지만, 달라진 여행의 감각이 그 안에 담겼다. 누군가는 기록유산 앞에서 오래된 질문을 곱씹고, 또 누군가는 숲속 바람에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결국 누군가에게 합천은 단지 트렌드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가 이어지는 삶의 리듬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