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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한 산책, 고요한 늦더위”…장성 자연에서 찾는 치유와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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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한 산책, 고요한 늦더위”…장성 자연에서 찾는 치유와 쉼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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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잠시 멈추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9월, 장성의 맑은 공기와 수려한 산세를 찾는 이들이 북적이는 계절이다. 익숙한 일상에 지쳤을 때, 장성백양사에서 느린 산책을 시작한 방문객들이 “이곳에서는 말없이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장성군은 16일 오후 32도 넘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습도와 바람이 자연스레 어울려 한층 느긋한 분위기를 더했다. 백양사는 극락전과 대웅전 같은 오래된 건물과 어우러진 소나무 숲, 명상과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해마다 이곳에서 마음을 다독인다”는 한 중년 여행객의 고백처럼, 사계절 감성이 뚜렷해 여행의 계기가 다양하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장성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장성군

이런 흐름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내 여행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숲이나 사찰을 선택하는 여행객 비중이 2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경향이다. 축령산 편백숲로드길이나 백련동편백농원에서는 다양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과 직접 기른 농산물로 차린 시골 밥상이 인기다. “편백향을 맡으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며, 현장에서 만난 가족은 숲에서의 경험을 소중히 여겼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자연 회귀적 여행 감성’이라 정의한다. “도시에서는 얻기 힘든 정서적 위안과 자기 회복의 시간을 자연이 제공한다”고 여행 심리 연구자 김유경 씨는 설명했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정서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분명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댓글 반응도 눈길을 끈다. “장성호 전망대에서 본 호수의 빛이 잊히지 않는다”, “백양사 단풍길 다음엔 부모님 모시고 꼭 가고 싶다”는 SNS 글에서, 사람들은 평온한 하루를 공유하며 일상의 틈새에 잠시 머무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낚시나 수상 스포츠,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는 시간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그러니까, 장성의 자연은 단지 한 철 머무는 여행지가 아니다. 호숫가와 숲, 백양사의 고요한 새벽과 편백의 온기 속에서, 우리는 작고 조용한 변화의 시간을 경험한다. 소란한 세상 한켠에서 찾은 이 순간이, 어쩌면 다시 살아갈 힘이 돼주는지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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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백양사#편백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