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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예술이 흐른다”…서울 종로 자문밖문화축제의 새 풍경, 일상에 스며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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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예술이 흐른다”…서울 종로 자문밖문화축제의 새 풍경, 일상에 스며든 순간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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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심 속에서 예술을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특별한 공간이나 특별한 날에만 예술을 누릴 수 있다고 여겨졌지만, 서울 종로의 자문밖문화축제에서는 예술이 지역 일상과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바쁜 일상 틈에서, 골목길 산책이 곧 전시장이 되고, 오픈 콘서트가 삶의 여백을 채운다.

 

빛과 나무 그늘이 어우러진 북한산 기슭 평창동. 이 지역 구석구석이 9월 16일부터 21일까지 예술의 온기로 물든다. 첫 날 가나아트센터에서의 오픈식과 전시 ‘볼 수 없는 눈을 보다’에는 다양한 작가와 관람객이 섞이고, 한 동네의 골목길과 스튜디오, 아틀리에는 누구나 들러볼 수 있는 예술 놀이터가 된다.  

축제에서는 시민이 동네를 직접 걸어보며 수백 년의 역사와 현대 예술을 한데 체험하고, 셔틀버스 또는 아트가이드가 인도하는 산책길도 선택할 수 있다. 전통 궁중무부터 클래식과 재즈 공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공감하는 무대로 채워진다. 워크숍 체험으로는 일본 전통 공예 ‘킨츠기’나 유리컵 만들기, 칠보 별자리 시계 제작, 어린이를 위한 창의예술 교육 등이 준비돼 있다. 그만큼 예술을 향유하는 방식이 ‘전시관 관람’에서 직접 경험과 놀이로 바뀌고 있다.

예술 산책부터 오픈 콘서트까지…‘자문밖문화축제’ 서울 종로에서 열린다
예술 산책부터 오픈 콘서트까지…‘자문밖문화축제’ 서울 종로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문화예술 포럼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미술관, 콘서트홀 등 고정 공간 관람을 넘어, 야외에서 직접 즐기거나 동네 안에서 예술을 찾는 시민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 일상의 자리에서 예술을 발견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예술교육자 김정은 씨는 “지역성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 시민의 삶이 새롭게 반짝이는 것 같다”며 “특별한 예술적 경험이 이젠 바로 내 동네, 내 하루의 일부가 된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주민들의 반응도 따뜻하다. “평소 지나던 골목이 전시장처럼 변해서 신기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하는 느낌이 좋다”는 감상들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소박한 예술 산책이나 야외 퍼포먼스,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오픈 콘서트에서 작고 깊은 울림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많다.

 

도시의 일상과 예술이 겹쳐지면서, 우리에게 남는 건 한 폭의 풍경이나 인상적 그림, 쇼윈도에 걸린 작품만이 아니다. 사람과 예술, 동네와 시간이 함께 쌓아 올린 추억, 삶의 결이 한층 다채로워진다. 그만큼 예술에 대한 접근법과 감상의 의미도 달라졌다. 이제 축제란 떠들썩하고 복잡한 이벤트가 아니라, 익숙한 거리를 새롭게 바라보는 ‘나만의 예술적 순간’이 돼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거리와 예술이 곁이 되는 계절,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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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밖문화축제#서울종로#예술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