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로 청각신경병증 구분”…분당서울대병원, 조기진단 전기 마련
MRI를 활용한 신경영상 분석 기술이 성인 난청 진단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연구팀은 의료용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일반 난청과 혼동되기 쉬운 청각신경병증(Post-ANSD)을 정확히 구분하는 임상적 진단법을 제시했다. 그동안 많은 환자들이 이 질환을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오진 받아 불필요한 보청기 착용 등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았던 만큼, 산업적으로 조기 인공와우 수술과 청각재활 시장의 확대도 관측된다. 이번 성과는 MRI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진단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최병윤 이비인후과 교수, 신규하 전문의)은 2017~2023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40~65세 환자 61명을 대상으로 청각신경병증(Post-ANSD)과 감각신경성 난청의 청신경 위축 차이를 MRI로 분석했다. 성인 청각신경병증은 소리 인지가 가능해도 청신경 이상으로 말소리 구분이 매우 나빠지는 질환으로, 말초(달팽이관) 세포 이상이 주원인인 일반 난청과 달리 신경 신호 전달 자체에 장애가 발생한다. 연구 결과, 청각신경병증 환자는 발병 초기부터 MRI상 청신경 위축이 뚜렷이 관찰됐고, 특히 신경 시냅스 손상 문제가 동반될수록 위축 정도가 심했다. 기존 청력검사로는 구분이 어려웠던 두 질환을 신경영상 기반 계량진단법으로 보다 명확히 가려낸 것이다.

의료 현장 적용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검사상 청신경 위축이 확인된 환자는 불필요한 보청기 치료를 줄이고 신경 퇴화 전에 인공와우(청각신경 직접 자극형 이식기기) 수술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연구팀은 MRI 진단-수술 후 추적조사 결과, 조기 수술로 언어이해능력이 상당 부분 회복되는 사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환자·의료진 모두 치료 적기를 판단하기 어려웠던 기존 한계를 기술적으로 보완했다는 점에서 임상적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일반 감각신경성 난청에 비해 청각신경병증 환자는 국내 난청 중 10% 내외로, 환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진단 오차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과 의료기기 시장의 수요 변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정밀의료 동향상 미국, 유럽 주요 병원도 신경영상 기반 청각장애 분류 기술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청력·신경 관련 의료기기 및 인공와우 시장 확대와 더불어, 본 기술이 디지털 진단 기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보건당국의 표준화·인증 심사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또한 MRI 데이터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의료정보 규제, 진료수가 적용 등 후속 제도적 논의도 요구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교수는 “진행성 청각신경병증은 매우 빠르게 신경 위축이 진행돼, 적기 인공와우 수술이 예후에 결정적”이라며 “MRI 진단 기반 환자 조기 선별 및 치료전략 수립이 청각질환 관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과 수술적 치료 의사결정 과정에 미칠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진단 표준의 정착, 그리고 첨단 의료영상과 치료기기 간 연계가 청각재활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