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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로글리세린으로 예방 성공”…서울대병원, 영유아 요골동맥 폐색률 3분의 1로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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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로글리세린 혈관확장제가 영유아 수술 환자의 요골동맥 폐색을 유의하게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3세 미만 고위험 소아 환자 132명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무작위 임상시험을 수행, 수술 후 요골동맥 폐색률을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예방법을 입증해 의료계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중증 선천성 질환 아동의 수술 및 중환자 관리 패러다임 전환의 분기점이 될지 관측하고 있다.

 

이번 임상은 장영은·박정빈 교수팀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 심장·신경외과 등 복잡한 수술을 받은 3세 미만 영유아 환자 중 72.7%가 중등도 이상 전신질환을 동반한 고위험군이었다. 환자는 처치군과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돼, 동맥관 삽입과 제거 직전각 1회 니트로글리세린 또는 식염수를 피하주사로 맞았다. 실험 결과, 니트로글리세린 투여군의 요골동맥 폐색률은 25.4%로, 식염수 그룹(73.8%)의 3분의 1에 머무는 획기적 감소를 보였다.

니트로글리세린은 혈관확장 효과로 부작용 부담 없이 혈류를 개선시켰다. 처치군에서는 저혈압·국소 출혈 등 주요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고, 동맥관 제거 후에도 요골동맥 혈류속도와 말초 관류지수(Permanent Perfusion Index)가 각각 1.8배, 2.1배 높았다. 특히 폐색 발생 시 니트로글리세린 처치군의 82.4%가 퇴원 전 혈류를 정상 회복한 반면, 대조군은 41.7%에 그쳤다. 이는 기존 혈관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말초 허혈, 피부괴사 등—위험을 줄이는데 니트로글리세린이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임상은 기존에 요골동맥 폐색의 명확한 예방법이 없던 의료현장의 오랜 빈틈을 메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유아는 혈관 구경이 좁고 혈관 경련이 잦아 동맥관 삽입이 어렵고, 감시 후 제거 시 60% 이상에서 폐색이 발생해왔다. 장기간 중환자실 치료와 복잡한 고위험 수술을 반복하는 소아일수록 문제는 심각하다.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 등 주요국도 마찬가지로 소아 중환자 수술 후 혈관합병증 관리가 헬스케어의 난제로 지적돼왔다. 아직까지 요골동맥 폐색 예방을 위한 표준 치료가 없던 만큼, 임상 근거에 기반한 신(新) 표준으로 자리잡을지 기대된다.

 

병원 현장에서는 니트로글리세린 피하주사가 부작용 부담 없이 혈류 보존과 손상 회복 모두에서 효과적임이 입증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혈관 손상 리스크를 크게 낮춰 중증환아의 치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혈관 보존 시술과 신약 개발 경쟁이 활발한 만큼, 이번 연구의 상용화 및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한 글로벌 확산 가능성도 언급된다.

 

아울러 식약처 등 당국의 금후 가이드라인 반영과 임상 현장 확대 적용이 관건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소아 마취·수술 후 관리 체계에 실질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평가한다. 장영은 교수는 “중복·고위험 수술을 거치는 아동 환자에게 혈관손상 합병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환아가 안전한 치료 환경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해당 기술이 표준 치료로 자리잡고, 글로벌 임상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실무, 의료 정책이 조화를 이룰 때 소아 중환자 치료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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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니트로글리세린#요골동맥폐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