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위험 회피 가속”…금·비트코인 사상 최고치,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확산
현지시각 8일, 미국(USA)을 비롯한 주요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는 현상이 포착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자 금과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각국 재정적자 확대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약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금값은 7일 장중 처음으로 온스당 4천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표적 암호화폐 비트코인도 6일 12만6천달러 선을 넘기며 신기록을 세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신호 이후, 통화의 질적 하락(디베이스먼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제롬 파월(Fed 의장)이 정책 완화 의사를 내비친 이후 금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는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미 국채가 대표적 피신처 역할을 했으나, 최근엔 미국 재정적자 누적과 연방정부 셧다운, 인플레이션 압력 심화 등 중첩된 리스크로 인해 금과 비트코인 등으로 투자처가 다변화되고 있다. 시타델의 켄 그리핀 창업자는 “투자자와 중앙은행이 금을 안전 피난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달러화에 대한 위험 노출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등 전통적 자산에서 귀금속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경우 금값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미 국채 자산의 1%만 금으로 전환되더라도 온스당 5천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과거에도 금값 랠리 이후 급락이 이어졌던 점을 들어 투자 위험성을 경고했다. WSJ 역시 1979년 금값 폭등 뒤 1982년 중반까지 실질 상승분이 모두 사라졌던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월가에서는 미국(USA)의 고질적 재정적자와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금과 암호화폐 등 대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신뢰 회복 여부가 향후 국제 금융시장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